<열린마당>미국 테러사태와 남북 IT협력

 미국의 테러 사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충격파는 큰 것이었다. 이번 사태로 후폭풍을 일으킨 세계 경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어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테러의 주체와 목적 등 사건의 실체는 물론이고 특히 미국의 대응 방향과 그에 따른 파급 효과 등에 대해 정확히 진단·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남북 경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번 사태의 파장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응 전략에 달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특정 지역에 대해 군사적 응징(전쟁)을 불사할 경우, 사태 수습은 장기화되고 대미 의존도가 높은 국내 IT 산업 등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남북 경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보다 신중한 자세로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조기 수습에 나설 경우, 이번 사태는 단기적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사태 발생 이후 서방 금융 기관의 발빠른 공조 움직임을 볼 때 세계 경제는 단기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불안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소비 심리 위축 등 미국의 경기 회복이 일정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수출 차질 등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위축되고 있던 미국의 소비 심리가 이번 사태로 과연 얼마동안, 얼마만큼 더 위축될 것인지는 좀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게다가 국내 경기 불황 속에서도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 IT 협력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어 왔으며 그 분야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남북 경협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정치적 요인으로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향방이다. 현재 남북 IT 협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제약 요인의 하나는 전략 물자의 대북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바세나르협약 등)다. 따라서 남북 IT 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 등 북미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사태 발생 직후 북한이 테러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북미 관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은 테러 문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 등 북미 관계 개선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IT 관련 물자의 대북 반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통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미 관계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다.

 또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의 햇볕 정책과 남북 관계에도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력에 바탕한 힘의 외교만으로는 대형 참사 유발 등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에 바탕한 미국의 일방적이며 독선적인 외교 행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적 여론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안보와 국방을 강화하더라도 국제 협력과 남북 협력에 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남북 관계의 소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남북 IT 협력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따라서 전쟁을 배제하면 남북 IT 협력은 이번 사태에 특별한 영향 없이 기존의 자기 페이스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섭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tslee@ijnc.inje.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