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통신정책의 업적과 과제

◆김용규 한양대학교 디지털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초고속 가입자망의 보급과 2, 3세대 CDMA 방식 이동전화 기술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업적은 각각 유선과 무선의 광대역통신을 가능케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또한 정부 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게 한다.

 우선 초고속 가입자망의 보급 측면을 살펴보자. 지금부터 8년 전인 93년, 전세계적으로 통신정책의 화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새로 집권한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미래 정보사회에 대비한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구축을 주창하였다. 그 이후 많은 국가들이 이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국가 차원의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94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으로 통신망 고도화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95년에는 UR 기본통신협상에 대비하여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정책방향’을 발표하였는데 이중 시내망과 관련해서는 경쟁확대를 통해 통신망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정책 방향을 수립하였다.

 이로부터 6년 후인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속망 가입자 약 640만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망 보급국가가 되었다. 물론 중복투자 등의 부작용은 있었으나 망경쟁을 통한 낮은 요금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엄청난 소비자 잉여를 누리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2, 3세대 CDMA 기술의 상용화는 어떠했는가. 정부는 일찍이 90년대 초 제2 이동전화사업자의 기술표준은 디지털 방식, 그중에서도 CDMA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그리하여 ETRI 및 퀄컴의 기술을 라이선스한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을 독려하여 96년 세계 최초의 CDMA 서비스를 상용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에는 3세대 IMT2000 서비스의 일종인 CDMA2000 1x 서비스를 또한 최초로 상용화하게 된다. 정부주도의 표준화 정책에 대하여는 다소 비판적인 의견도 있으나 어쨌든 CDMA 최초 상용화는 결국 우리의 이동통신기술을 세계에 홍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지난 10년 사이에 비교적 성공한 두 가지의 통신정책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경제효율의 증가, 경제성장에의 기여, 국가 기술력 홍보 등의 효과를 보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두 가지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앞으로도 초고속망 사업이 현재와 같이 주요 3개 사업자 간의 경쟁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동기식 기술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비동기 기술과 경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첫째와 관련해서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성을 정부가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박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경쟁적인 시장이 순손실을 줄인다는 점에서 정부 개입의 근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제반 규제정책과 가입자 보호를 위한 경영상태 검토 등 여러 가지 역할이 있겠으나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어떤 정책도 신속히 수립, 집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3세대 IMT2000의 표준인 동기식과 비동기식 표준은 90년대 GSM과 CDMA 진영간의 경쟁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의 대표적인 기술표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채택 사업자 수 측면에서 열위에 있던 동기식의 퀄컴은 더 많은 통신사업자를 포함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며 흔히 기술경쟁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시장선점(preemption)과 채택자의 기대치 관리(expectation management)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만일 우리에게 3세대 동기방식의 제조업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면 우리 또한 동기방식의 국제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통신정책 분야의 이 두 가지 사례에 대한 정부의 심도 있고도 신속한 처방을 기대해 본다. 왜냐하면 이 두 사례는 오랜기간의 준비와 실행 끝에 얻은 값진 결실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