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dhlee@software.or.kr
이달초 인도의 정보기술(IT)부 장관이 우리나라를 찾아와 정보통신부 장관 등 우리나라 IT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두 나라 IT담당 장관들은 공동의 IT제품 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진출을 비롯해 공공부문 정보화, IT인력 양성, 통신인프라 등과 관련된 광범위한 협력의제를 교환함으로써 본격적인 한·인도 IT협력시대가 열리게 됐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정보통신부 장관이 먼저 인도를 방문함으로써 시작된 양국의 IT교류는 인도 IT장관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층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IT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양국간의 협력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IT 중에서도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갖고 있어 말 그대로 ‘윈윈(win win)’의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소프트웨어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통신인프라와 하드웨어 제조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우위분야를 서로에게 전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제품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공동사업을 도모함으로써 높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 한국의 하드웨어 제조기술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세계시장에 공동 진출키로 한 것도 두 나라가 이 같은 협력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와 전자정부 구축 등에서 축적한 경험을 인도의 앞선 SI 및 SM 기술과 결합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이 기회에 우리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인도는 좋은 협력의 파트너일 뿐 아니라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는 많으나 경제적으로 뒤처진 후진국의 하나로 인식돼온 인도는 현재 세계 IT시장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수출강국으로 변모해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저렴한 임금수준과 영어공용국이라는 산업외적 조건이 발전의 밑거름이 됐지만 그것이 현재 인도 소프트웨어산업이 올리고 있는 성과를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이같은 조건들이 줄 수 있는 혜택들을 훨씬 뛰어넘어 세계 최고수준의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출되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제품은 품질면에서도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공정의 품질평가 모델인 CMM(Capability Maturity Model) 평가에 따르면 최고등급인 레벨5를 획득한 전세계 57개 기업 중 36개사가 인도 기업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업체는 800개에 이르고 있으며,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의 500대 기업 중 185개사가 인도 IT업체를 아웃소싱 파트너로 삼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있음에도 인도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가 이 같은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기존의 사회경제적인 조건 외에도 인도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인도정부는 국토전역에 소프트웨어기술단지(Software Technology Park)를 건설하고 국가의 자원을 집중시켰으며, 수출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와 자금지원에도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IT산업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인 전문인력 양성에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IT와 IISc 등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들이 배출하는 전문인력은 연간 8만명이고 비정규 교육기관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80만명에 달한다. 인도대학의 졸업생들은 미국 등 세계 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각광받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NIIT와 Aptech 등 IT전문학원들은 교재와 커리큘럼을 미국에 수출할 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인도는 이렇듯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을 기울여 후진국에서 IT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국가 전략산업 육성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생산액 대비 수출비중이 2%에도 못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인도의 성공비결을 심층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인도 IT부 장관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양국의 IT실무자들이 만나기로 한 지난 4월의 약속을 강조하면서 인도로 돌아갔다. 인도의 적극적인 협력의지를 확인한 이상 두 나라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는 우리 정부와 IT업계의 합치된 노력에 달려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