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특약=iBiztoday.com】미국의 하이테크 업체들이 국내외 공장에 대한 긴급 보안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앞으로 미국의 산업시설에 대한 테러가 감행된다면 제1의 목표는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들어간 하이테크 관련 시설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이 많은 곳은 반도체 업계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신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세계무역센터와 맞먹을 만큼 엄청나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 설립은 하이테크 관련 자본투자 가운데 한건당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투자라는 의미다.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영국, 독일 등 아시아와 유럽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나 일부 업체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지역에서도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미국의 인텔(intel.com)이다. 인텔은 팔레스타인과의 대립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에서 두개의 반도체 조립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이스라엘 공장이 향후 예상되는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인해 가장 먼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산업시설로 꼽고 있다.
호토벡 포메란츠 증권(hpco.com)의 스티브 알렌 반도체시장 전문 분석가는 “이스라엘에 20억달러짜리 공장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을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이스라엘에 있는 이들 공장은 미국 소유인데다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갔기 때문에 중동지역에서 가장 우선적인 테러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 등 해당 업체들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다. 척 멀로이 인텔 대변인은 “안전상 필요할 경우 공장 폐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구체적인 대책을 밝히지 않은 채 국내외에서 갖가지 상황에 대비한 다단계의 비상 대책을 수립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이 이처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에 공장을 애초에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고등교육을 마친 숙련된 기술자가 풍부하고 외국 투자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멀로이 인텔 대변인은 “고도로 훈련된 현지 근로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인텔과 이스라엘의 인연은 지난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텔은 당시 이곳에서 연구개발 시설을 운영하면서 이스라엘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인텔은 이어 지난 82년 예루살렘에 현재도 가동중인 1호 공장을 세웠다. 지난 99년 2호 공장이 당시로서는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퀴리어트가트시 근교에 건설됐다. 이 회사는 3호 공장도 이스라엘에 건설할 방침이었으나 반도체시장의 불황 때문에 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닐 플리그슈타인 경제사회학 교수는 지난 90년대 이스라엘이 하이테크 산업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 소련의 붕괴로 인한 러시아계 유태인 기술자의 대거 귀국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에 조성된 평화 무드가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이스라엘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까지 가세해 모토로라(motorola.com)가 반도체설계 센터를 이스라엘에 건설하는 등 미국 업체들이 잇따라 이스라엘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스라엘 현지 업체들도 하이테크 붐의 대열에 속속 참여했다. 현재 미국 나스닥 시장에 등록된 이스라엘 업체는 모두 79개 업체로 외국 기업으로는 112개를 등록한 캐나다 다음으로 많다.
물론 당시 하이테크 열풍속에 출범한 업체가 모두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에서 칩설계 센터를 운영중인 내셔널 세마이컨덕터(national.com)는 지난 80년대 중반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으나 몇년뒤 이스라엘 업체에 매각하고 말았다.
이에대해 이 회사의 루이스 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시 매각 결정이 감산의 일환으로 이뤄줬으나 보안상의 이유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보안은 다국적기업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공장의 수를 점차 줄이는 방식으로 보안상의 위험성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호토벡 포메란츠의 알렌 분석가는 “반도체 공장을 파괴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폭파 등의 방법을 동원할 필요도 없이 반도체 클린룸에 먼지 한봉지만 뿌려놓으면 전공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초미세 작업이 요구돼 미량의 오염물질이 투여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취약성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