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성방송 PP 공급계약이 남긴 과제

 프로그램 공급 계약 조건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한국디지털위성방송과 20여개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로 이뤄진 KDB계약협상단의 마찰이 최종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KDB계약협상단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지상파 계열 3개 PP들이 최근 위성방송의 조건을 대부분 받아들인 계약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지막까지 위성측에 반발해온 서너개 PP들도 곧 위성방송의 조건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로 예정된 위성방송의 안정적 개국을 위해 양측의 갈등이 이제라도 봉합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PP측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이번 갈등은 위성방송이 PP측에 수신료의 35%를 배당하고 PP 광고시간의 20%를 위성방송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PP들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기존 PP들은 위성의 계약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한 반면 신규등록 PP들은 별 말 없이 이 계약을 수용했다.

 이로 인해 케이블TV PP협의회 소속 20여개 PP들이 KDB계약협상단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반발했지만 결국 용두사미꼴이 되고 말았다. 협상단에 속했던 PP들마저도 위성방송의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계약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PP측이 위성방송이라는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놓고 분열한 것은 그 동안 PP업계를 대표해 왔던 PP협의회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동안에는 모든 PP들이 PP협의회에 속해 있었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PP등록제로 수많은 신규 PP가 양산되면서 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은 PP가 더 많아져 대표성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위성방송과의 협상에서 기존 PP와 신규 PP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제각기 행동함으로써 강력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된 셈이다.

 PP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에서도 입증됐듯이 PP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의 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PP업계는 이번 일로 훌륭한 교훈을 하나 얻게 됐다. 외부의 상대와 싸우기 전에 먼저 내부의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문화산업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