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기기용 연료전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일으키는 연료(燃料)전지가 휴대폰·노트북PC 등 휴대기기의 차세대 전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소형·박형화 연구가 최근 급진전을 이뤄 필름 모양으로 아주 얇으면서도 휴대폰의 경우 1개월, PC는 1주일 정도 충전 없이 연속 사용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시험제품)도 개발되는 등 실용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자동차나 가정용 전원으로 관심을 끌어왔던 연료전지는 예상치 않았던 휴대기기용으로 이르면 내년쯤 제품화,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벤처 기업인 맨핵탄사이언틱스는 필름 형상의 박형 연료전지를 개발, 휴대형 정보기기 관련 업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두께가 3㎜로 얇은 맨핵탄의 연료전지는 50분의 1㎜ 두께의 수지(樹脂) 필름에 뚫려 있는 여러 개의 미세 구멍에 전해질을 주입해 양면에 전극과 촉매를 부착한 구조로 돼 있다. 백금 촉매로 메탄올 연료를 분해해 수소를 발생, 산소와 반응시켜 100㎃의 전기를 일으킨다.

 시험 제작한 휴대 충전기는 메탄올 연료 약 20g을 한 번 충전해 휴대폰의 경우 약 1개월, 대기만으로는 4개월 정도의 연속 사용을 실현했다. 이는 무게가 같은 리튬574이온전지보다 6∼7배 긴 것이다. 충전 방법도 라이터에 기름을 넣는 것처럼 매우 간단하다.

 맨핵탄은 일본의 화학 및 반도체 업체와 협력해 연내 실용화를 목표로 공동연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모토로라도 로스아라모스 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소형·박형 연료전지를 개발중이며, 특히 저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미국에 맞서는 일본의 개발·연구는 신소재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나노테크놀로지를 대표하는 탄소 소재인 ‘카본나노튜브’와 ‘프라렌’이 일본이 연구하는 핵심 신소재들이다.

 NEC는 최근 나노튜브를 전극으로 사용해 명함 절반 크기의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흑연 전극에 비해 연료가 촉매에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 출력이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 약 20% 높은데, 이 출력을 지금보다 2배 정도로 더 높여 상품화할 계획이다.

 소니는 신용카드 크기의 연료전지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프라렌에 수소나 산소를 부착한 재료를 사용해 물(水) 없이 수소 이온이 빠져나갈 수 있는 전해질막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과제 및 시장성=휴대기기에 사용하게 될 박형 연료전지도 다른 일반 연료 전지와 마찬가지로 화학반응 도중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가 촉매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메탄올이 전해질막에 스며들어 발전능력이 떨어지는 기술적 문제를 아직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업체들은 CO를 분해하는 촉매를 섞거나 반응막의 표면을 특수 가공해 메탄올의 침입을 막는 방법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실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문제인데, 휴대기기용 연료전지는 현재 예상가격의 절반 정도로 내려가면 휴대폰 주력 전원인 리튬이온전지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 업체인 ABI는 저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오는 2007년 휴대기기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