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요금을 주무기로 최근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짐바브웨 등 후진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전화(VoIP)가 적어도 1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 대륙에서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인도에서 국제전화 사업을 독점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비데시산차르니겜(VSNL http://www.vsnl.net.in)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 전화의 등장을 막고 있는 것이다.
27일 인터넷 뉴스 사이트 와이어드(http://www.wired.com)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VSNL 측이 인터넷 전화사용을 단속하는 이유’라며 그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VSNL 측은 “100여년 전(정확하게는 1885년)에 제정된 ‘전신에 관한 법(The Indian Telegraph Act)’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뭄바이의 한 중년 주부는 “그동안 비싼 요금 때문에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임신한) 딸과 국제전화를 서둘러 끝내곤 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전화에 비해 요금이 20∼30%에 불과한 인터넷 전화의 등장은 (비록 불법이기는 하지만)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올해부터 가슴 졸이며 딸에게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곤 했는데 이제는 이마저 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VSNL이 인터넷 전화를 외국과 연결하는 국제전화 및 데이터 통신 관문국(게이트웨이)을 폐쇄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다이얼패드(http://www.dialpad.com)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국제전화를 할 수 없게 된 인도 국민들은 최근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냈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바로 인터넷 (음성)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해 외국에 살고 있는 친지들과 안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텍스트(문자)에 기반을 두었던 메시징 서비스가 최근 기술발전으로 음성은 물론 동영상까지 실어 나를 수 있게 된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정부는 뒤늦게 ‘인터넷 전화를 오는 2002년 4월부터 허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인도 정보기술부(MIT) 프라모드 마하잔 장관(53)은 최근 ‘스타뉴스’ 방송에 출연해 “인도의 인터넷 인구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당초 오는 2004년으로 예정했던 인터넷 전화를 약 2년 앞당겨 내년부터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니샤 아로라 변호사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겉으로는 인터넷 전화를 수용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은 인도 네티즌들에게 항복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