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AV기기 업체인 일본 소니가 자국 이외의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 전자부품의 조달을 대폭 확대한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일본을 비롯, 미국과 유럽에 있는 조립 거점의 구매 전략을 대폭 수정해 현재 약 10%에 불과한 아시아제(製) 전자부품 조달 비율을 50% 정도로 높여 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의 경우 부품 현지 조달을 기본으로 해온 소니가 이처럼 아시아 지역 중심의 구매 전략으로 돌아선 것은 이 지역 부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된 데다 최근 들어 조립 거점과 부품 업체를 연결하는 SCM(Supply Chain Manegement)을 확충, 생산 계획에 맞춰 부품 사용량을 예측하고 조달할 수 있는 체제가 정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저가 부품의 조달 확대로 이미 거래관계에 있는 일본의 부품 업체들을 자극해 제품의 질 향상과 함께 가격 저하를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우선 금년중 일본의 조립 거점에서 아시아제 부품을 대량 구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0억엔 정도로 추정되는 이 회사의 일본 국내 부품 조달 비용 가운데 절반인 약 1000억엔이 아시아 지역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조달하는 부품은 중국 화난(華南), 대만, 말레이시아 업체들이 생산하는 전원코드, 콘덴서, 모터 등 AV기기용이 중심이 된다. 특히 이들 일본용 전자부품은 소니의 아시아 각 공장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VCR나 오디오 기기 등 완제품과 합쳐져 물류 효율성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니는 또 유럽과 미국에서도 아시아제 부품 조달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등 구매선을 아시아지역으로 전환해 세계 전체 사업장에서 약 5000억엔에 달하는 범용 부품의 구매 비용 가운데 약 20%를 낮출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국내 부품 업체들간 경쟁 촉진을 위해 현재 2500개사 정도인 부품 조달처를 1000개사로 압축할 계획이다.
한편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 중에는 도시바도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서 자재 조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에서도 일본 전자업체들의 대(對)아시아 지역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일본경제신문은 전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