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미 ID 카드 도입 논란

 [iBiztoday.com=본지특약] 미 테러 대참사를 계기로 보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신원확인이 가능한 ‘ID카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미국이 시끄럽다.

 ID카드에 수록된 지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를 공항 보안검색에 활용, 테러범 등 범죄자의 입국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물론 이같은 주장이 이번에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ID카드의 도입은 그동안 사생활을 보호받을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고 개인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되곤 했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민감한 문제임에도 테러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 강화에 무게중심이 한층 실리면서 다시 거론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ID카드 제도의 시행에 대해서 미국인들은 찬반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미국인들은 전국적인 ID카드 제도의 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people-press.org)가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10명 중 7명꼴로 ID카드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찬성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여전히 정부기관에 의한 전화나 e메일, 신용카드 거래 등의 감독 강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ID카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오라클(oracle.com)의 래리 엘리슨 회장도 “사진과 지문을 디지털 정보화해 ID카드에 수록하는 방식의 신원확인 제도를 미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ID카드의 수록된 정보를 집대성한 전산 프로그램을 구축하면 공항 검색시 카드리더를 사용해 ID카드와 손가락 지문만 확인하면 신원을 손쉽게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슨은 뿐만 아니라 “ID카드의 전산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할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우려와 함께 ID카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많다. 대표적인 문제가 외국인에 대한 ID카드 발급문제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테러를 감행한 용의자들의 사례처럼 테러범 등 문제인물이 반드시 미국인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포스트 헌법학 교수는 ID카드 도입 주장에 대해 “테러사건에 대한 과민반응인 것 같다”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ID카드제의 도입으로 일부 범죄자를 적발할 수는 있겠지만 ID카드의 복제나 위조 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ID카드를 도입했더라도 미 뉴욕 테러참사는 예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ID카드 도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사생활 침해 지적에 대해 인류의 일상생활이 어차피 구석구석까지 디지털화되고 있어 사생활을 완벽히 보장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맞섰다.

 엘리슨 회장은 “사생활의 완전한 보호는 다분히 소박한 꿈에 가깝다”며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포기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 번호를 입수하는 등 더이상 개인정보가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없는 환경속에 인류가 살고 있다는 주장이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