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재해복구센터 ‘열풍’을 몰고왔던 동원증권 전산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1년이 지났다.
당시 방수시설 파손에 의한 누수로 전산시스템이 마비돼 모든 금융업무를 중단했던 동원증권의 사례는 해당 증권사에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원격지 재해복구센터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증권사들은 물론 모든 금융사들이 앞다퉈 재해복구센터 구축을 위한 검토작업에 나섰으며 금융감독원도 재해복구센터 의무화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재해복구 관련 IT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구축 작업을 벌이고 있는 금융사는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 1년이 넘도록 ‘검토의 검토’만을 거듭하고 있다.
감독기관도 마찬가지다. 당초 상반기에 관련 지침을 발표하려던 금감원은 금융사들의 이해 관계 속에서 절충안을 찾지 못해 다음달에나 최종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난해 불었던 재해복구센터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해 이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지난해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이번에는 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대형 빌딩으로 대상이 더 넓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지속돼 재해복구시스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테러 사건 후 몇 주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열풍은 벌써 수그러들고 있다. 특수를 노리던 IT업체들만이 끈질기게 재해복구센터를 외치고 있는 정도다.
물론 금융권 관계자들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구축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냐고 불평을 토로하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의무화 지침을 발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변명이지만 금융사들이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한 IT사업에 투자하는 비용이 증권사의 경우 수백억원, 은행은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을 볼 때 오로지 비용만이 구축의 걸림돌은 아닌 듯싶다.
한국인의 전형적인 ‘냄비근성’이 이번 재해복구센터 열풍에서는 발휘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