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10월이다. 풍요의 계절이다. 온갖 곡식과 과일은 영글어 수확의 손길을 기다린다.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든다. 산과 들에는 울긋불긋한 오색 단풍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늘은 높고 파랗다. 기온은 덥지도 춥지도 않다. 사람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시기다. 이만하면 ‘더도 덜도 말고 가을만 같아라’고 할 만하다. 먹을 것 풍성하겠다, 절기 또한 좋으니 어느 누군들 마음이 넉넉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우리네 살림살이는 맑고 티없는 목가적인 가을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불황의 먹구름이 워낙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수출부진에 시달리면서도 나름대로 불황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앞에 지난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테러참극이 일어났다. 테러사태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네 살림살이를 더 옥죄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경기회복 시기다. 언제쯤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누가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일도 모르는 게 인간인데 몇 달 또는 1년 후의 상황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우리는 국내 총생산의 절반 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의지만으로 경기회복을 좌우할 형편이 아니다.  

 지금 IT산업 경기회복과 관련해 두 가지 견해가 나와 있다.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더 늦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답은 둘 중 하나다.

 그간 반반의 비중이었던 두 견해 중 미국 테러참극 이후 비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테러참극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비관론자들은 기업의 설비투자 급감과 줄지 않는 실업률, 수출 감소, 가계빚 증가 등을 경기회복 지연의 이유로 들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그동안 쌓였던 IT재고가 거의 소진됐고 내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IT기업들의 Y2K 장비의 대체시기가 내년이란 점도 강조한다. 이번 테러사태로 각국이 예산의 조기집행에 나서는 점도 긍정적인 원인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미국 테러참극 사태가 미국과 일본·유럽 등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주가 폭락, 원자재와 원유가 폭등으로 내년까지 조정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지어 2003년 말까지 불황이 계속될 것이란 주장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의 불황을 앞당겨 극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경제불황의 근본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잘못되면 조상을 탓하는 버릇이 있다. 장밋빛 경기전망을 하다가 예측이 빗나가면 그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 테러사태가 우리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테러사태로 돌릴 수는 없다. 외부 탓만 하면 혁신적인 처방을 내릴 수 없다.

 또 기업은 세계 일류상품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 이것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허약한 사람은 환절기만 돼도 감기를 앓는다. 허약기업도 시장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타격을 입는다. 불황 속에서 매출이 늘고 성장하는 기업은 일류상품 생산업체들이다. 우리는 세계일류 상품이 76개인데 미국은 924개, 일본은 326개다. 중국도 우리보다 배나 많은 160개다. 일류상품 생산의 조건은 품질개선·연구개발·원천기술 확보·마케팅력 강화·노사화합 등이다. 이런 노력이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해 준다.

 개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기일에 충실해야 한다. 예부터 성공한 개인이나 기업의 공통점은 실천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실천보다 더 훌륭한 성공의 어머니는 없다.

 이제 한가위 민족의 대이동도 끝났다. 어머니 치마폭 같은 아늑한 고향. 그곳에서 있었던 즐거운 추억일랑 고이 접어두자. 이제는 일상생활로 돌아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다. 그것이 밝은 내일을 설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