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플레이어(MP3P)업체들의 수출전략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자체 브랜드로 바뀌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리오’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소닉블루조차 국산 제품을 그대로 받아 브랜드만 붙여 판매할 정도로 국산 MP3P의 품질과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국산 MP3P의 자체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크다. 일례로 수출비중이 비교적 높다고 하는 디지털 세트톱박스가 전세계 생산량의 5%를, 세계 수위를 다투는 반도체가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국산 MP3 CD플레이어의 시장점유율은 50%를 웃돌 정도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MP3P를 개발한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제품 개발·디자인·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주도해온 결과다. 따라서 국내 MP3P업체들이 OEM 수출에서 벗어나 자가 브랜드 수출에 나서는 것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종주국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자가 브랜드 수출 확대가 바람직한 경영전략이라고 환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OEM 수출을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하고, 선진업체의 노하우와 세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등 OEM 수출이 갖고 있는 장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OEM 수출에 의존해온던 국내 MP3P업체들이 자가 브랜드 수출로 선회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MP3P 생산업체들은 올 상반기 각 국 판매 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으며, 휴대형 MP3P의 경우 미디어 관련 제품의 원산인 일본에서 소니 등 유수 일본제품을 누르고 최우수 디지털기기에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다.
자체 브랜드 수출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과 동남아 등 지구촌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OEM 수출에 의존하면 갑작스런 주문 감소시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등 위험부담이 크다. 뿐만 아니라 각종 디지털가전 분야로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자체 브랜드 확보 및 육성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세계 MP3P 시장이 올해 350만대(7억1000만달러), 2002년 583만대(12억2000만달러), 2003년 899만대(19억3000만달러), 2004년 1211만대(25억5000만달러), 2005년 1571만대(32억5000만달러)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다. OEM 수출에 의존할수록 국산 제품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극히 미미해진다. 또 제품의 완성도와 AS가 수준 이하일 뿐 아니라 유통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함께 제품의 안정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또 부품 표준화와 AS 사례에 대한 DB 구축 등에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어렵게 얻은 시장 진출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차제에 국내 대기업의 해외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