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마켓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몇 년 전 열기가 뜨거웠던 ‘내탓이오’ 운동이 절실하게 떠오른다. 내탓이오 운동이란 천주교에서 국민운동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잘되면 내 덕이오,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처럼 잘못된 일이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습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뜬금없이 옛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국내 B2B업계에도 스스로의 과오 인정과 더불어 책임있는 행동이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치에 훨씬 못미치는 거래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불황까지 장기화되자 e마켓업계뿐 아니라 이에 투자한 오프라인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마켓업계의 활성화는 더욱 요원해지는 듯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간담회에서 대기업 관계자는 자사가 투자한 한 e마켓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해당 e마켓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기에 더이상의 지원은 의미가 없으며, e마켓이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투로 ‘나 몰라라’는 견해를 밝혀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있다.
다른 e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투자한 지 4∼5개월밖에 안된 e마켓 경영진에게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오프라인 기업도 있다. e마켓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눈앞의 이익을 좇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전형적인 오류의 한 형태다.
e마켓의 경영진 역시 현재의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e마켓은 주주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이렇게 비참하게 됐다는 핑계를 대기에 바쁘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e마켓의 잘못도 크다. 초기에는 막대한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만 신경을 썼으며, 이후에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시스템 구축에만 열을 올렸다. ‘일단 시장이 만들어지면 들어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의 결과다. 업계에서는 초기부터 주주사들을 중심으로 e마켓 참여 전략을 펼쳤다면 이 정도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한다.
아직 국내 B2B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눈앞의 실적만으로 성패 여부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이란 얘기다. 더 늦기 전에 국내 B2B업계에 ‘내탓이오’ 운동이 다시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