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육성을 둘러싸고 국회와 행정부처가 경쟁적으로 법률을 제·개정하고 있다는 보도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골자로 한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국회에 상정하기로 했으며, 같은 당의 또 다른 의원이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세계 각 국이 그 중요성을 깨닫고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이 산업은 인터넷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며,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에 여러 부처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국회에서 두 의원이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산업 육성을 위해 법·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했음이리라.
법이라는 것이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때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근거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언뜻 보기에는 지원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법도 하다. 그렇지만 이번에 제정하려는 디지털 콘텐츠 관련 법률은 그 명칭도 비슷하려니와 내용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콘텐츠나 디지털 콘텐츠·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법은 주로 온라인 콘텐츠산업 육성이 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편의에 따른 구분일 뿐 실제로는 두부 모 자르듯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온오프라인이 섞여 있을 경우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콘텐츠를 구분해서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또 지원체계나 방식이 비슷한 것도 두 법이 있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자금지원기구로서 기술진흥원과 산업발전위원회를 각각 두고 있는 모양새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밖에 기술개발이나 인력양성, 창업지원에 이르기까지 두 법률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단지 각 법률에 근거한 진흥원이나 위원회는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라는 정부 소관 부처가 다르다면 다를 것이다.
우리는 당초 디지털 콘텐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육성체계가 필요했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단일법을 원했다. 정부나 국회도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 제정에 나선 것으로 안다.
결국 지금 국회의 모습은 각각 한 부처를 등에 업고 두 개의 법률을 마련하려는 형국이다. 그것도 이해를 달리하는 여야도 아니고 같은 정당에서 어디를 봐도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법률을 만들겠다고 나서면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 관련 지원법이 각각 통과돼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산업을 지원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원받는 측으로서도 하나의 정부부처면 됐지 두 개가 필요없음은 두 말할 나위없다.
정부나 국회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산업 육성을 위한 수혜자지 정부부처나 법 제정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