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승 나눔기술 대표 theus@nanum.co.kr
‘문화관광부를 문화산업부로….’
물론 명칭만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히 정부부처의 명칭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을 떼는 것은 21세기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더 늦기 전에 국가적인 전략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얼마 전 신문과 텔레비전 등 모든 매체가 경쟁적으로 한류 열풍을 다룬 바 있다. 그 덕분에 관련 업종의 주가가 올랐다는 보도도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중국 청소년들이 우리의 연예인을 향해 서투른 한국말로 ‘오빠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중국 정부와 베트남 정부에서는 문화침략이라고 지레 경계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류 열풍의 실체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들뜬 기분은 곧 가라앉게 된다. 묘기를 부리는 약장수를 보고 관중이 즐거워하나 정작 약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재주는 A가 부리고 돈은 B가 챙기는 상황이 벌저질 수도 있다.
이처럼 한류 열풍을 냉정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문화산업의 현실이 아직은 척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비교적 빠른 속도로 산업화되고 있지만 자본의 규모나 관련기업의 수준이 낮고 시장규모도 작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자평하는 음반 등 몇몇 분야의 경쟁력도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둘째, 문화에 대한 편견이 너무 강하다. 아직도 대중문화 종사자를 광대나 ‘딴따라’라고 비하하기 일쑤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의 권리나 인권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이다. 수그러지지 않는 불법복제 문제도 사실은 뿌리깊은 편견의 결과물이다. 창작활동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도 아직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셋째, 문화라는 매우 복잡한 상품에 대한 규정이나 관련 법규 등 국가적인 지원이 항상 늦다. 시간을 다투는 경쟁환경에서 우리 정부는 불행하게도 장애물로 존재한다. 심지어 문화정책 수립에 항상 정치가 개입된다.
넷째, 현재 판매가능한 문화상품 및 문화 파생상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우리 문화의 인기가 아무리 높더라도 경제적인 이득을 내지 못하면 산업적인 가치는 없다. 따라서 타산업과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하려는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의 우월성이 문화의 우월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문화는 곧 돈으로 교환되는 상품이라는 일차원적인 사고에도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이 땅에서 치열한 시대정신과 예술적인 혼으로 창작하는 예술인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그들의 창작의 결과물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산업이라는 형식아래 보다 안정적인 발전을 이뤄내기를 희망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문화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밝혀왔던 것도 지식산업, 문화콘텐츠산업의 육성이다. 하지만 그동안 전략적인 사고에 근거한 현실적인 육성책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일시적인 관심과 인기를 노리는 정책의 남발뿐이었다. 혹자는 문화산업을 관주도로 육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문화산업이 육성될 수 있는 환경과 원칙을 만들고 민간영역을 추동시켜 내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부는 기존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탈피, 우리의 문화적 능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산업화하는 등 문화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 국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부, 혹은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산업 전략과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필요한 것 같다.
또 지금껏 혼동되고 충돌되어온 고급문화와 저급대중문화, 순수문화와 상업문화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극복하는 정부조직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부터는 관념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악을 하는데 왜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느냐고 질문하는 경직성을 가지고는 우리의 문화산업이 21세기 우리 국가의 전략산업이 될 수는 없다.
아직은 정부가 문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아울러 대통령이 텔레비전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