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SP(호스팅 서비스 사업)시장에 인수합병 바람 분다.
미국 호스팅 서비스 산업이 기로에 서있다. 쾌속접속과 안정적 서버관리가 가능한 호스트 서비스는 인터넷 기업이 고비용의 프로그램이나 서버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도 웹 서버나 멀티미디어 서버를 자체 구축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호스팅 서비스 산업은 지난 5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해 왔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닷컴기업의 몰락 여파로 앞으로 이 시장에서 인수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은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인 애버딘그룹(Aberdeeen Group, www.aberdeen.com)이 미국의 주요 호스팅 서비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호스팅 시장 동향 보고서다.
미국 호스팅 서비스 산업의 앞날이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아직 수익을 내는 업체도 없는 실정이다. 이 시장에 자본이 고갈되면서 초반기의 순수 호스팅 업체들의 사업분야가 자본이 풍부한 통신업체들에 의해 잠식당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어느 한 업체가 전체 시장을 장악한 적이 없이 지난 5년간 꾸준이 성장을 해온 미국 호스팅 서비스 산업은 이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간 호스팅 서비스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기업의 호스팅 서비스 채택, 닷컴기업의 몰락 등으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HSP 시장의 가치는 여전히 탄탄해 조만간 성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웹 프론트엔드(web front-end)와 백오피스 애플리케이션(back office application) 통합 현상이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것이며 또한 많은 중소기업이 인터넷 기반 기업으로서의 진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호스팅 사업자들에게 고난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의 주가가 1달러 이하로 하락하면서 기존 고객과 잠재고객, 그리고 경영진들은 호스팅 사업의 성공 확신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에따라 개인투자가에 의한 자금조달(펀딩)이 어려워지면서 호스팅 업체들의 재편과 합병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애버딘은 풍부한 제품라인, 충성스러운 고객, 확장 가능한 사업 프로세스를 보유한 사업자만이 월가의 투자전문가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애버딘은 14개 주요 선두업체들을 추적·분석, 이들 업체가 과연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환경에서 호스팅 시장을 계속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애버딘은 향후 1년 반동안 이들 업체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요소로 다음의 4가지가 아주 중요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첫째는 재정능력이다. HSP사업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호스팅 업체들은 재정 후원자들이 지원하는 기간 내에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습득, 실현해야만 한다.
둘째는 내부수행능력이다. 호스팅 사업자들이 시행하는 모든 과정과 절차가 계획대로 정확하게 진행된다면 저렴한 비용, 고품질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는 시장에서의 수행능력이다. 호스팅은 서비스 사업이므로 고객관리가 중요하다. 사업환경이 어려운 시기에는 고객의 충성과 “직접 말로 하는” 마케팅 캠페인 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관성, 명료성, 특화된 지위를 나타낼 수 있는 고유의 마케팅 노력도 중요하다.
마지막은 현 고객 기반의 안정성이다. 경제가 어려워 새로운 고객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기존 고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애버딘은 자체 시장정보와 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IBM 글로벌서비스(IBM Global Services)와 다이젝스(Digex), 퀘스트(Qwest) 등 극소수 업체들만이 부담없이 이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외의 HSP업체는 재정 및 운영난에 봉착해 있으며 시장상황도 좋지 않아 많은 호스팅업체들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피에스아이넷(PSINet), 아퍼리언(Aperian) 같은 업체들은 시장을 떠난 상태다.
기존의 순수 전문 호스팅 사업자들은 향후 1년 반에 걸쳐 심각한 재정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호스팅업체들은 업계 재편 및 합병 시나리오에 대비한 경영정책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업계의 강자라고 자부하던 엑소더스는 현재 업계에서 그 명성이 퇴색되고 있으며 과도한 부채, 높은 가입자 해지율, 독점적인 장기 네트워크 액세스 계약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 시장을 관망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에게는 내비사이트(NaviSite)가 운영하는 것과 같은 비제휴 호스팅 사업이 인수합병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렐라(Relera), 인플로(Inflow) 같은 2세대 전문 호스팅 사업자들은 1세대 HSP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 펀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2세대 호스팅 사업자들의 펀딩 성공 여부는 호스팅 사업 전체의 성공여부를 알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일부 통신사업자는 호스팅 분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즉 퀘스트는 합법적인 경쟁 서비스를 구축했고, 월드컴(WorldCom), 케이블앤드와이어리스(Cable & Wireless)의 경우 1세대 호스팅 사업자였던 다이젝스와 디지털 아일랜드(Digital Island)를 인수함으로써 호스팅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모기업이 베리오(Verio)나 NTT가 했던 것처럼 시너지효과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 한 이들의 서비스는 18개월내에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기존 외주 업체들은 그들이 강점을 보였던 사업, 즉 자금이 넉넉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복잡한 IT사업을 관리하는 것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전문 지식과 안정성은 하이엔드 호스팅 서비스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게 돼 상위 가치 사슬로 이동하고 있는 HSP들을 몰아낼 전망이다.
기본적인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성장곡선이 한계에 도달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랜드(Interland)와 랙스페이스(Rackspace)가 비즈니스 모델에서 보여주었던 인내심을 배우는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시장환경 변화는 호스팅 서비스 업체들의 순위 변동을 초래할 전망이다. 기존 호스팅 업체들이 재정압박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안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팽배해지면서 거대 통신업체와 IT 외주업체들이 업계 재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금이 풍부한 2세대 호스팅 사업자들은 선배 1세대 업체들과 달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명성으로 시장 침체기에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