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늘고 있는 신흥 벤처밸리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벤처밸리가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벤처밸리 조성이 뒤를 잇고 있어 갈수록 그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IT산업에 불황이 계속 되면서 우리 수출과 설비투자 등이 최근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테러 보복이 시작되면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신흥 벤처밸리가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곳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면 해당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경제 성장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은 8월 말 현재 7859개로 전체 1만772개의 약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 구로밸리와 관악밸리·홍릉밸리 등 10개의 벤처밸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263개가 입주한 경기 지역 분당·부천·안산 등이 이미 벤처밸리를 조성했고 최근 정부와 여당이 판교에도 66만1200㎡ 규모의 벤처밸리를 만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벤처밸리 전국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신흥 벤처밸리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그동안 국내 벤처 성장의 요람이던 테헤란밸리의 약화를 가져오고 있다. 테헤란밸리의 침체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한 벤처기업의 경영악화와 심각한 교통난, 비싼 임대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이상 벤처 메카로서의 매력을 상실한 것이 벤처기업이 떠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각 지방단체들이 이런 점을 노려 테헤란벨리를 떠나는 벤처기업인에게 지역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벤처유인책을 펼쳐 기업을 끌어들인 것이 벤처밸리의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벤처밸리가 증가하는 것이 벤처산업의 재도약을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정부는 벤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왔고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일부 사이비 벤처인들이 나타나 기술 개발이나 창의력 발휘 등은 외면한 채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나 투기 등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지금도 확실한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도산과 창업을 반복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덕밸리를 비롯해 춘천·대구 등 지차체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경쟁적으로 벤처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들이 조성하는 벤처밸리가 명실상부한 벤처기업들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 아래 업종별·지역별·기업별로 세분화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칫 외형 위주의 특화되지 않은 벤처밸리 조성은 시간과 인력·지원의 낭비며, 벤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역별로 특화한 벤처밸리 육성책을 마련해 각종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술 개발이나 전문인력·마케팅·자본·산학협동 등에 대한 지원 또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테헤란밸리의 문제점을 교훈으로 삼아 이번 지역별 벤처밸리 조성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