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대만 IT 생산 부진

 미 테러 사태로 정보기술(IT) 불황이 더욱 심화하면서 일본과 대만의 IT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의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IT 성장의 양축이 되는 휴대폰과 PC의 감산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그 여파가 관련 부품과 소재 분야로까지 확산되면서 IT 산업 전반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이 높아져가고 있다. 대만은 최근 태풍과 대홍수까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일본에서는 테러 사태 이후 세계적인 IT 불황과 국내 소비 위축이 더욱 심화하면서 휴대폰과 PC 분야를 중심으로 감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최대 업체인 마쓰시타통신공업이 출하대수를 당초보다 10% 정도 줄이기로 했고, 2위인 미쓰비시전기도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출하 계획을 하향조정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세를 계속해 온 휴대폰에서 대형 업체들이 출하 계획을 작년 실적보다 낮춰 잡거나 동일 수준을 고수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올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 감소한 45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PC에서도 최대 업체인 NEC가 출하를 작년보다 15%로 줄이기로 조정했고, 2위인 후지쯔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2001년 일본 국내 PC 출하는 99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시장 규모가 작년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PC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업체들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올 시장 규모가 1210만대로 작년과 비슷하다고 보면서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내년 3월 마감하는 2001 회계연도 결산에서 NEC는 PC를 비롯해 반도체 등 전반에 걸친 부진으로 1500억엔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 후지쯔도 2200억엔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마쓰시타통신공업은 9월까지의 상반기 결산에서 185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비시전기는 20억엔의 흑자를 전망한다.

 휴대폰과 PC 출하 감소는 반도체 등 부품과 관련 소재 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실시된다. 현재 부품과 소재 업계는 전체 매출의 60% 정도를 이 두 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IT 관련 상품으로 유일하게 호조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소비 위축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후지사진필름은 수출을 포함해 전체 출하 계획을 80만대 정도 하향조정하고, 캐논도 50만대 내려잡았다.

 

 ◇대만=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IT 경기 호조로 생산설비를 확장해 온 대만은 수요 격감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 가동률을 크게 떨어트리며 힘겹게 버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12월 IT 회복 전망이 테러 사태로 무의미해진데다 최근 몰아닥친 태풍과 홍수 여파로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대만 IT 산업의 버팀목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는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실적과 공장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TSMC는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 IT 산업의 불황으로 수주가 급감, 8월의 경우 매출이 90억대만달러(약 3500억원)로 지난해 12월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공장가동률도 손익분기점을 약간 웃도는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UMC는 4∼6월 18억대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공장가동률은 4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 경쟁이 치열했던 액정 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대만 경제부 집계에서는 1∼6월 대만의 액정 생산액이 작년동기비 27.8% 증가한 455억대만달러에 달하고, 매출액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1위 업체인 중화영관(中華映管)이 올해 57억대만달러, 2위인 우달광전(友達光電)은 49억대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대만의 경제연구소들은 주요 업체들의 가동률 저하로 대만의 IT 생산액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공업기술연구원은 반도체 생산액 감소율을 당초의 작년비 12%에서 26.6%로 수정, 5259억대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자신공업책진회(資訊工業策進會)도 PC와 주변기기 생산액(반도체 제외)의 감소율을 작년비 8.4%에서 15% 이상으로 조정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