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AMD 제리 샌더스 회장](1)포기는 없다

【iBiztoday.com=본지특약】 AMD를 오늘날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과 어깨를 겨루는 업체로 키워낸 ‘실리콘밸리의 터프가이’ 제리 샌더스 AMD 창업자 겸 회장이 미국전자협회(AEA) 공로표창 수상을 마지막으로 30여년간의 화려한 이력을 마감하고 내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이에 미국 반도체 산업의 산 증인인 샌더스 회장과 그의 경영 인생을 3회에 걸쳐 집중 탐구해본다.

  [1] 포기는 없다

 제리 샌더스 회장은 스스로를 자기 성격에 사로잡힌 ‘포로’라고 부른다. 그는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물러날 줄 모르는 성격”이라고 토로했다.

 18살때 거의 죽을 만큼 얻어맞은 적도 있고 33세에는 너무도 좋아했던 직장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는 그는 반도체 기업 AMD(amd.com)를 32년전 설립하고 최근 10년간 반도체업계의 거인 인텔(intel.com)과 불굴의 정신으로 싸워왔다. 샌더스는 그러나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65세의 노령에도 여전히 ‘투쟁’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왜 포기할 줄 모르는가”라고 자문하고 “그것은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답했다. 그는 스스로 말하듯이 “결코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AMD를 인텔의 최대 경쟁사로 키운 주역이다. 말끔한 복장으로도 널리 알려진 샌더스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일으킨 1세대 실리콘밸리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는 실리콘밸리 초기 세대 가운데 유일하게 1만4000여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있는 현역 경영인이다.

 업계 선배로부터 ‘실리콘밸리의 피터팬’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지칠 줄 모르고 사업을 벌여온 샌더스 회장이지만 그도 시간이 흐르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직을 사임하고 모토로라에서 손수 스카우트한 헥토 루이즈 현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경영권을 넘길 예정이다.

 샌더스는 지난 7일 실리콘밸리의 공로자를 기리기 위해 미국전자협회(aeanet.org)가 마련한 공로메달을 수상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30년간 경영자문을 해온 레지스 매케나는 “샌더스 회장은 확고부동한 경쟁력과 불굴의 정신을 소유한 사람”이라며 “그는 아직도 현역 경영인으로서 극심한 경쟁속에서도 회사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회장은 서니베일 본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벽에 포스터 하나를 붙여놓은 적이 있다. 그 포스터에는 ‘내가 죽음의 그림자 계곡을 걷고 있지만 악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계곡에서 가장 비열한 놈이기 때문이다’라고 씌어 있다.

 그는 비열하기보다는 터프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터프함은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시카고 남부에서 태어난 샌더스는 5살때 부모를 잃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성장한 그는 모든 것은 자신의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인생철학을 어린 나이에 터득했다.

 그는 18살때 대학교 파티장에서 강도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다. 이 사건 때문에 샌더스는 강도들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은 뒤 쓰레기통에 버려져 하마터면 장례를 치를 뻔했다.

 샌더스는 이 사건을 통해 의리, 공정한 게임의 중요성, 남에 대한 의존이 초래하는 불확실성, 자신에게 의존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 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때 ‘실패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 말은 어떤 일이건 신명을 다 바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는 대학 졸업후 직장을 몇차례 옮기고 난 뒤 미국 서부에 있는 페어차일드카메라앤인스트루먼트가 새로 설립한 반도체 사업부 입사를 계기로 반도체 업계와 운명의 인연을 맺게 된다. 페어차일드 일대에는 훗날 실리콘밸리가 들어섰다.

 샌더스의 초기 동료였던 LSI로직(lsilogic.com)의 윌프레드 코리건 CEO는 그에 대해 “집적회로의 판매방법까지 설계했던 사람”이라며 “동료들은 대부분 그가 영화업계에 진출해야 하는데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샌더스의 탁월한 세일즈 능력을 극찬했다.

 샌더스는 페어차일드에서 세일즈맨으로 출발, 마케팅과 관리직에서 승진을 거듭해 이 회사의 부사장까지 오를 대목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샌더스와 마찰을 일으킨 끝에 그는 결국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는 “그것은 부당한 해고였으며 내 인생을 가장 무참히 산산조각낸 사건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후 직원들에 대한 공정한 배려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