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테러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 시작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조직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군사행동 돌입을 전세계에 선언하고 군사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심장부이자 경제력·군사력의 상징인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 대한 반인륜적 테러 행위가 벌어진 지 한달여 만에 미·영 연합군에 의한 21세기 첫 전쟁의 포문이 열렸다.
사실 아프간에 대한 보복 공습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민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는 보복공습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테러에 대한 응징이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키는 또다른 테러라는 비난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의 색출 및 심판, 아프간 내 빈 라덴 테러세력 훈련기지 폐쇄 및 축출, 탈레반 정권의 응징 및 와해가 이번 전쟁의 1차 목적이라고 밝힌 것도 또다른 테러라는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쟁이 예정된 수순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는 하나 응징 수위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을 미국과 유럽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성장·물가 등 실물지표의 악화는 물론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자칫하면 경기회복 시기를 늦춰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주도면밀한 대처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통신·전기 등 국가기간망에 대한 안전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물론 글로벌경제라는 보편성과 우리 경제가 갖는 특수성, 그리고 보복공격의 규모·기간·확전범위 등 변수가 많아 이번 전쟁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일본 경제의 동반침체가 곧바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물론 테러 배후세력에 대한 미국의 응징, 미국과 아랍권의 긴장관계 지속 정도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행히 국지전에 그치면 충격파가 적을 것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이 크다.
보복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투자 및 소비심리가 위축돼 한국의 대미수출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산업의 수출감소세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수출도 타격을 입는다. 더 나아가 미국의 공습이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 일부 아랍국가에까지 확산될 경우 전체 수출의 4.6%를 차지하는 중동지역 수출이 줄어든다.
물론 우리 정부도 경제적·외교안보적으로 우리에게 미칠 파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해놓고 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심정으로 금융·외환·물가·에너지·기업활동 등에 미치게 될 영향을 철저히 점검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보복공습이 테러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처럼 극단적인 충격을 몰고오지는 않을 것 같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충격적인 양상으로 전개된 테러사태와는 달리 이번 보복공습은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한 상태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러전쟁이 장기화되고 관련 국가나 단체가 늘어나면 세계 각 국의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 정부와 업계가 지혜를 모아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