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정보화와 북한의 선택

◆박정석 ETRI 네트워크경제연구팀 선임연구원 parkjs303@etri.re.kr

 

주지하다시피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적인 발달로 정보화 혁명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정보화는 이제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보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정보를 생산·유통·활용하여 사회 각 분야 활동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의 흐름 또한 자원기반경제(resource-based economy)에서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위해 정보통신 수요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 국가들은 또한 정보통신망 고도화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정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오랜 기간 폐쇄적 체제 안에서 고립되어 있던 북한도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세계적인 디지털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국제무대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정보통신기술산업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세력은 인터넷과 정보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정보통신기술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 분야의 기술개발을 통해 낙후된 산업생산성을 제고하여 경제회생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기술 부문에서의 남북한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도 북한 지도부의 이러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에서 남한과 같은 정도의 전사회적인 정보화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련산업의 하부구조인 정보통신인프라를 현대화해야 한다. 또한 관련산업의 시장확보와 수요창출을 위한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발전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 근본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의 지도세력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의 개방적 시스템을 도입하는 정보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산업이 사회 전분야에 걸친 정보화와 더불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속성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정보통신기술산업의 발전과 사회 전반의 정보화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경우처럼 체제 유지를 위한 제한적인 정보화 속에서도 정보통신기술산업의 발전과 관련하여 소기의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산업발전 규모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이러한 환경적 제약은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달리 국제사회의 지원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북한의 경우, 한편으로 정보통신기술산업의 발전 및 경제회생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화와 역행하는 기존의 폐쇄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일관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 이상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지도부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회는 이미 정보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몸을 실었고 정보화의 물결은 더이상 인력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