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이동전화 결제서비스 사업전략

 전세계 통신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제3세대(G) 주파수 경매대금으로 이미 1000억달러를 투자한 유럽의 이통 서비스 업체들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앞으로도 시설투자에 1500억∼200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하는 형편이지만 아직 3G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익모델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문자 서비스와 위치정보 등의 서비스로 투자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 http://www.gartner.com)는 3G 서비스가 시작되면 휴대폰이 곧 전자지갑이 될 것이라는 점에 착안, 이통 업체들에 결제 서비스로 역전 만루 홈런을 치라고 권하고 있다. 가트너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주 주제는 3G에서 결제 서비스 사업의 가능성과 성공전략이다.

 

 현재 이통 사업자들에 가장 절실한 과제는 3G 네트워크 투자를 회수하기 위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3G 네트워크로 가능해질 응용 서비스 목록을 작성하고,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이용할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또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하기 일쑤여서 믿을 만한 사업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이러한 상황에서 3G 이동통신 업체들이 안고 있는 수입 창출 문제를 그럴싸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시나리오로 모바일(이동) 결제를 들 수 있다. 휴대폰은 매장 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트너는 앞으로 2∼3년 안에 3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휴대폰이 전자지갑의 역할을 겸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대규모 고객 기반, 정교한 거래 처리 시스템과 같은 핵심 자산 일부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휴대폰을 사용해 매장에서 결제하는 데 대해 소비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전세계 결제 시장 규모가 연간 3000억달러에 달해 3G 이동통신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기회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는 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기회 뒤에 숨어있는 위험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트너는 특히 다음 두 가지 요소를 중요하게 검토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협력업체=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많은 관련 기술과 자산을 갖고 있지만 협력업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미디어(콘텐츠) 업체, 광고 대행사 및 금융 서비스 업체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 또한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될 사업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업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수행해야 하며 너무 서둘러선 안된다.

 △가치 제공 방법=휴대폰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은 이통 업체들이 고객인 휴대폰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길을 열어준다. 이통 업체들은 대부분의 가치를 서비스 개선의 형태로 제공할 것이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고객과의 관계 향상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전세계 이통 업체들이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는 영상 메시지 및 위치 정보 등의 서비스도 앞으로 휴대폰이 모바일 결제 시나리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3G 서비스가 본격화할 때까지 이동 전자상거래(m커머스)에도 다음과 같이 6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칠 전망이다.그림참조

 △1단계=초보적인 P2P(개인 대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음성 통화와 SMS가 장악하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 양식은 이미 전자우편, 영상 메시지 전달과 같은 새로운 응용 서비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2단계=벨소리, 아이콘, 점성술, 게임 및 만화 캐릭터 등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기사, 날씨, 주가 및 스포츠 정보 등과 같은 일반적인 정보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들 콘텐츠 대부분은 ‘수돗물’과 같아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지만 사람들이 인식하는 가치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다. 콘텐츠를 통해 분명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통신 사업자들의 3G 투자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3단계=일반적인 의사 결정 지원. 최근 가트너G2가 유럽 10여개국 휴대폰 사용자들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의사 결정에 도움만 된다면 업무와 여행 등 모든 정보를 가치 있게 평가하고 이를 위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돼 있다. 이때 서비스 제공업체는 이동 데이터 서비스가 의사 결정에 도입이 된다는 점을 홍보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기 예보는 보트를 타러 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간략한 영화 평론은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때로는 소비자들이 이들 정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회사 고객에 대한 고급(프레미엄) 서비스의 형태로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4단계=판매 시점에서 의사 결정 지원. 휴대폰이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면 휴대폰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도움을 주는 쇼핑 도우미로 발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이미 쇼핑을 갈 때 친구나 가족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고 있다. 3G 서비스는 앞으로 상품안내책자(옐로페이지 디렉터리)와 함께 시작돼 소비자 보고서 및 가격 비교 서비스로 발전할 전망이다. 상점 안에서 휴대폰에 바코드 번호를 입력해 해당 상품의 신뢰성을 확인하거나 근처의 다른 상점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5단계=소액 결제. 의사 결정 지원에서 시작해 휴대폰은 판매 현장에서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다. 휴대폰이 필수적인 쇼핑 수단으로 자리잡으면 현금으로 지불하는 대신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단계까지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핀란드와 싱가포르 등에서 자판기와 주차요금 등을 지불하는 데 응용되고 있다.

 △6단계=고액 결제. 이통 서비스 업체들이 위험부담이 적은 소액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들의 신뢰를 얻으면 곧 고액 거래를 위한 결제계좌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신용카드 및 현금카드와의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물론 소비자 계층별로 이동 결제 시스템을 수용하는 정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동 결제 시스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일 연령대는 10∼20대의 젊은층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아직 신용카드 발급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동 결제’라는 아이디어에 가장 빠르게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또 업무상 여행을 자주 해야 하는 직장인들도 여러 가지 외국 통화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비용 청구를 위한 회계 감사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휴대폰을 이용한 이동 결제 시스템을 선호할 것이다.

 

 m커머스의 이점

 기존의 PC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보통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를 통해 결제문제를 해결했다. 이동 전자상거래(m커머스)도 전자상거래를 이동 단말기(휴대폰)로 확장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면 (원격) 결제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즉 휴대폰으로 연결되는 포털 사이트들은 고객의 주소와 신용카드 내역을 서버에 저장해 전자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PIN 번호만을 입력해 원거리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 서비스 업체들이 m커머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휴대폰 가입자들에게 통화 요금을 청구하는 계좌와 분리된 별도의 결제계좌를 제공하면 휴대폰은 신용카드의 역할까지 겸하게 된다. △또 원격결제를 위한 고객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금 대체 기능은 현금거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범죄를 예방함으로써 협력업체(소매 점포)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통 서비스 업체들은 곧 신용 카드회사들의 사업기반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다.

 

 대응방안

 △은행=다가올 이동 결제 시나리오에 신속히 대처하라. 변화에는 우선 여러 가지 위험부담을 느끼겠지만 이를 극복하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이통 사업자의 훌륭한 협력업체가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 동안 온라인 결제시장에서 누렸던 고객들에 대한 통제력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할 것이다.

 △이통 사업자=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협력업체를 물색하라. 가입자들이 기본적인 음성통화부터 시작해 콘텐츠, 의사 결정 지원, 상거래에 이르기까지의 변화하는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항상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수입을 증가시키고 서비스 혼란을 줄여줄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금융 서비스에서 명성을 쌓기 위해서는 실행 가능한 이동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신속히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용 가능성이 높은 젊은층(16∼24세)과 업무상 여행자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소매 점포=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에서 이동 결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이통 사업자들과의 제휴 관계를 확대하라. 이를 위해서는 바코드는 물론 스마트카드 또는 블루투스 등의 첨단 기술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