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취업대란이 시작되더니 요즘은 구조금융에다 미국 테러 대참사 발생 등으로 경기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취업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나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다. 취업을 앞둔 대학 졸업생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친구들은 4년만에 졸업하는 동기생들에게 농담삼아 “조기졸업생”이라고 치켜세운다. 졸업을 일부러 늦추는 현실을 빗댄 이 말에는 바늘구멍같은 취업문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휴학이라는 고육책을 쓰고 있는 오늘날 대학의 서글픈 자화상이 담겨 있다.
하반기 최악의 취업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장에서는 노동부와 경제 5단체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최근의 취업난을 반영하듯 문을 열기도 전에 300여명의 구직자들이 대기하는 등 하루종일 2만5000여명이 몰려 취업정보를 구하거나 원서를 내고 즉석면접을 치르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학교에서도 취업을 예전처럼 알선하거나 계시판에 취업을 알리는 광고지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드니 스스로 발로 뛰어다니며 일자리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대학생활을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하던 나도 막상 사회진출을 눈 앞에 두고 취업을 위해 별로 준비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 지금 자괴감마저 든다. 그러나 이런 심정은 취업재수생인 졸업생들이 짊어진 중압감과는 비할 바가 못될 것이다.
올해는 내년 2월 졸업예정자 18만명에 취업재수생 20만명 등 모두 38만명이 취업경쟁에 뛰어들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자리는 8만∼9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니 취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되면 “대학내내 죽어라고 공부만 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라는 자조섞인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사정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력감소만 하려든다면 이것은 능력과 재능있는 인재들을 사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경쟁력도 키우고 기업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원한다면 국가도 취업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고 대기업들도 채용인력만 대폭 줄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력에 더욱 많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소리 높여 주장한다.
이현희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