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약산업 정보화 조건

 의약업계와 관련한 최근 동향 두가지.

 하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사가 병원에 대해 자사 약품을 채택하도록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음.

 둘, 의약업계, 보건 의료 정보산업의 발전 비전과 과제 등에 관한 정책토론회 및 포럼 잇따라 개최.

 전자가 투명성을 강조하는 디지털경제 시대에 없어져야 할 악습의 결과라면, 후자는 의약업계의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최근 의약업계가 정보기술(IT)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높아짐에 따라 의약산업의 e전이(transformation) 가능성이 여기 저기에서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전면적으로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병원업계 역시 OCS, PACS 등 정보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성급한 감은 있지만 ‘우리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과연 제대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현재 의약업계의 e전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체간의 협업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너무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IT를 활용해 자사의 정보시스템만 바꾸는데 급급할 뿐 실질적으로 업계의 선진화를 가져 올 수 있는 프로세스의 혁신은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e전이를 위한 기반 시스템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업계 일부 종사자들의 마인드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갑’의 위치에 있던 일부 의사들이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제약회사에 배너광고를 해줄테니 광고비를 지출할 것을 넌지시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가 서서히 이뤄지면서 오프라인상의 리베이트가 힘들어지자 만들어 낸 고육책인 셈이다. 홈페이지 방문객 수는 하루에 많아야 채 10명을 넘지도 못하는데 광고비는 한달에 100만∼200만원 이상씩 달라는 것 자체가 불법과 다름 없다. 수단만 변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의약산업의 e전이를 위한 조건으로 ‘프로세스’와 ‘사람’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