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사업자와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간 힘의 균형이 이동전화사업자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자체 기술력, 또는 외부 벤처기업과 함께 독자적으로 단말기 설계 및 제조에 나서기 시작한데다 최근 이들의 ‘작품’이 하나둘씩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업자들에 대한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통제력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황=SK텔레콤은 계열사인 SK텔레텍과 공동으로 ‘스카이’라는 자체 단말기를 제작해 열 종이 넘는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또 SKC가 올해 말까지 연산 200만대 규모의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설비를 갖추고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KTF도 지난 8월 단말기 개발팀을 독립시키기로 확정했다. 새로 설립될 회사는 자본금 20억원 규모며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11월 중 창립될 것을 보인다. 이 회사가 설립되면 KTF는 소량 다품종 단말기와 특수 단말기를 개발, 단말기 제조업체의 모델과 차별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LG텔레콤은 벤처기업인 인터큐브와 함께 카이 코스모 등 2세대 단말기를 선보인 적 있으며 최근 직접 설계하고 LG전자에 주문 제작한 16화음 컬러LCD 단말기인 ‘C나인’을 30만원대에 시장에 내놓았다.
◇배경=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단말기 개발 열풍은 사업자들이 제조업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사업자들의 마케팅은 그동안 단말기 제조업체의 신제품과 공급 정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았다.
한 이동전화사업자 관계자는 “신형 단말기가 나올 때마다 물량 확보를 위해 힘을 쏟아야 했고 브랜드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더이상 제조업체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단말기 자체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LG텔레콤 C나인의 경우, LG텔레콤이 개발부터 부품 및 솔루션 조달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원가를 절감, 컬러LCD단말기 가격을 30만원대로 낮췄다. 이는 LG전자, 삼성전자 등이 공급중인 컬러LCD 단말기 가격이 50만원을 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것.
이통업계에서는 C나인 출시를 계기로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컬러LCD 단말기 가격을 내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C나인을 생산하는 LG전자는 이동전화사업자들로부터 가격인하 요구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KTF에서 독립된 단말기 업체가 새로운 단말기를 개발해 출시하고 SK텔레콤측이 SK텔레텍, SKC 등을 통해 신기종 단말기를 잇따라 내놓게 되면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한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사업자 관계자는 “앞으로 단말기 제조업체에 신규 서비스를 위한 더욱 다양한 제작사양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제조업체들이 기대에 못미친 모델을 공급할 경우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소 제조원을 중소 제조업체로 돌릴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또 “사업자들이 우수한 성능의 단말기와 저가 단말기를 공급하게 되면 기존 제조업체들도 원가 절감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게 돼 소비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