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우리 말과 글 왜곡실태 바로 잡아야

 며칠 전 한글반포 555돌을 맞았다. 하지만 뜻깊은 한글날을 맞으면서도 우리 주위의 한글 사용실태를 놓고 볼 때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서울시내 상업지구에서 한글로 표기된 간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 발표된 서울의 신촌과 명동 등 상업지구의 2140개 업소의 간판 표기실태에 따르면 한글로 업소명이 표기된 간판은 지난 98년에 비해 23.1%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연일 붐비는 신촌과 이화여대 부근 1729개 업소 중 한글 간판을 달고 있는 업소는 98년 66.2%에서 57%로 감소했고 명동지역 691개 업소는 한글간판이 98년 74.4%에서 31.7%로 크게 줄었다. 또 명동지역의 조사대상 40개 카페는 모두 외국어로 업소명을 표기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특히 인터넷상으로 눈을 돌려 보면 한글 왜곡 실태는 너무나도 심각하다.

 인터넷 통신에서 네티즌이 사용하는 우리 말은 급속도로 변질되고 있다. 문법이 틀리는 것은 아예 양반이다. 맞춤법을 고의로 무시하고 소리나는 대로 쓰거나 왜곡하고 있다. ‘반갑다’를 ‘방가’로, ‘안녕하세요’를 ‘안냐세여’로 쓰는 등, 각종 숫자나 영어·기호·비어를 뒤섞어서 쓰고 있다. 이같은 국적 불명의 특수 문자들은 암호인지 외계어인지 해석이 안된다.

 상당수 네티즌은 인터넷 상의 우리 말 파괴를 유행으로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따라하는 듯하다. 이미 대중화되고 영향력이 큰 인터넷의 성질을 놓고 볼 때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초등학생까지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 공책이나 일기장을 보면 변질된 우리 말이 수두룩하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과 학생들이 이것이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스스럼름없이 따라한다는 데 있다. 이런 행태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애교로 봐줄 만큼 미미하거나 극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이를 방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영어 철자법 하나만 틀려도 바로잡아주고 혼을 내는 광경을 주위에서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 글에 대한 교육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결국 우리 일상언어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위협하는 폐단을 낳을 것이다. 우리 글에 대한 애정과 올바른 사용법, 지식을 가지지 않고서 세계화를 추구하고 외국어를 좇는 것은 우리에게 득이 될 리 없다.

 이같은 심각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워 주기 위한 대책과 운동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때다. 언론에서도 정보화를 주도하는 것 못지 않게 인터넷 상에서의 우리말 지키기와 변질 바로잡기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경준상 서울 성동구 성수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