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환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
최근 중국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류열풍은 중국·대만·홍콩·베트남 등지에서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대중음악·영화 등이 큰 인기를 끄는 현상으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한국 문화의 파급효과가 커지는 것을 일컫는다.
한류열풍으로 인한 중국과 동남아 지역 청소년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이들 지역의 청소년들은 한국의 대중스타들을 직접 만나보고자 방문단까지 결성해 방한하고 있는데, 대형 음반몰에서 국내 댄스그룹 앨범을 대량으로 구입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한류열풍은 식생활까지 파고들어 김치를 비롯해 한국 조미료와 육가공식품 등이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국내 연예인처럼 성형수술까지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이미지가 제고돼 한국 상품에 대한 매출도 더불어 급증하고 있다. 게임 부문을 보면 대만에서는 국산게임인 ‘리니지’ ‘레드문’ ‘포트리스2블루’ ‘판타지포유’ 등이 전체 온라인게임 시장의 70% 가량을 장악하고 있는데 리니지의 경우 가입자수는 1100만명, 동시접속자수는 10만명에 달하고 있어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한류열풍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그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최근 내한한 중국의 한 교수는 중국권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상품은 대개 10대와 일부 상류층에서만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여전히 빈곤한 타 계층에 위화감을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며, 따라서 조만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로 한층 더 들어가 살펴보면 이러한 견해가 놓치고 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1980년대에도 한류현상 못지 않은 ‘일본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중국인들은 일본열풍이라는 외래문화의 큰 유행을 한번 겪은 경험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이들은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열광하는 심정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상태다. 그러고 보면 현재의 한류열풍은 단지 새로운 외래문화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상품에 내재돼 있는 특성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한류열풍이 10대 위주의 일부 상류층이 주도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지적에도 문제가 있다. 한류열풍은 중국 CCTV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방송하면서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10대부터 시작해서 50대·60대의 연령층에 이르기까지 전세대·전계층를 망라하는 열렬한 시청자들을 확보했는데, 이 열기는 곧바로 10대들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대중스타에 대한 관심과 그들이 부르는 대중음악에 대한 열기로 이어졌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게된 이유는 미국 문화나 일본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유교적) 문화와 드라마라는 장르의 접맥, 그리고 사실적인 묘사 등이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새겼기 때문이라고 현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유교적 영향을 크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시기를 거치면서 유교적 문화는 아련한 추억 속에나 남아 있는 고전적인 것으로 퇴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양적인 정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나 남아 있는 유교문화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달래주는 매개체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신중히 귀기울여야 할 지적들은 있다. 한류열풍을 지속화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능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당당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문화산업과 관련한 콘텐츠 개발능력을 보유한 고급인력은 극히 취약하며, 이러한 인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또한 부실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상상력을 기반한 콘텐츠가 핵심으로 작용하는 문화산업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문화산업의 핵심은 콘텐츠다. 문화산업이 21세기 주도산업이라고 한다면 콘텐츠 생산능력은 차기 세대의 주도권이 달린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한류열풍은 단순히 중국에의 문화산업 진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문화상품이 지닌 세계 진출 가능성을 확인하는 관문이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현재 정부는 문화산업 인력양성을 위해 내년에는 9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1세기 주도산업이 문화콘텐츠산업임을 감안할 때, 그리고 현재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의 취약부분인 콘텐츠 개발인력에 대한 지원이 시급함을 생각할 때 이러한 정책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뛰어난 인력과 콘텐츠를 보유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문화산업이 중국을 넘어 전세계에 한류열풍을 일으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 sung24@gameinfinit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