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억 문화산업부 팀장 bekim@etnews.co.kr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또다시 세계가 뜨거운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에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미국의 힘’을 강조하며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 했고,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는 이런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는 논리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또 승리할 경우에도 이슬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전쟁은 패자뿐만 아니라 승자도 많은 것을 잃게 만든다. 이 때문에 춘추전국시대의 위대한 병법가 손자는 ‘전쟁으로 승리를 얻는 것은 하책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상책’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다. 그래서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함께 남겼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모두 이긴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이긴다는 것은 꼭 전쟁으로 이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손자의 논리라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야말로 전쟁보다 상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는 국가와 국가간 전쟁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거나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데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올해 들어 방송계가 유난히 시끄럽다. 그 원인은 그동안 정부의 통제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해온 방송계가 자유경쟁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프로그램공급업(PP)이 등록제로 일정자격만 있으며 누구나 PP를 할 수 있게 됐는가 하면 중계유선방송도 케이블TV방송국(SO)으로 전환하는 등 방송 환경이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섰다. 여기에다 위성방송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 지상파와 케이블TV에 이은 제3의 방송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방송계에 서로를 비난하는 소모전이 계속되면서 이러다가 모두가 ‘공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계유선과 케이블·위성방송 등 각각의 방송매체들은 모두 한배를 타고 있는 셈이다. 배 위에서 다투다가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파괴돼 버린다면 그 피해는 배를 탄 모두에게 돌아간다.
케이블TV 초창기에 방송정책을 담당했고 위성방송시대의 개막에도 깊이 관여한 한 방송계 인사는 현재의 방송계를 바라보며 “‘공존’이 아닌 ‘공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눈에는 중계유선방송과 케이블TV방송, 그리고 위성방송 등이 제 목소리 내기에만 열을 올렸지 남의 얘기를 듣는 데는 너무도 인색하다는 것이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서로를 진정으로 알게 됐을 때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진다. 싸우지 않고도 서로의 살길을 찾는 ‘윈윈전략’이야말로 지금 방송계가 선택해야 할 최상의 전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