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애플 `디자인을 팝니다`

【iBiztoday.com=본지특약】 미국이 하루 전의 테러공격으로 충격에 휩싸여 있던 지난달 12일 실리콘밸리에 새로 문을 연 애플컴퓨터(apple.com)의 직영 소매점은 인파로 크게 북적거렸다.

 론 존슨 애플 수석부사장은 테러사태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이 무료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 직영점에 몰려 가족에게 무사하다는 e메일을 보내거나 테러 뉴스를 시청했다고 밝혔다.

 직영점의 경영을 맡고 있는 존슨 부사장은 “애플 매장이 일종의 모임장소가 된 셈”이라며 “손님들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구매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직원을 총동원해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84년 그래픽 위주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여 컴퓨터의 얼굴을 완전히 뒤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은 애플은 최근들어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형태의 직영점을 통해 컴퓨터를 직접 판매하는 기발한 판매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애플은 판매실적에 따라 종업원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의 복잡하고 음침한 형태의 매장을 지양하고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중심가에 매장을 열었다.

 애플은 올해 개점할 계획인 25개 직영점 가운데 지금까지 10개를 열었다. 애플 직영점은 대부분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차려졌으나 직원에게는 수당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존슨 부사장은 애플이 4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같은 도박에 가까운 영업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애플 매장은 싸구려 컴퓨터를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패션매장으로 착각할 만큼 멋들어지게 만들어졌다.

 매장으로 굳이 들어올 필요도 없다. 애플의 에어포트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매장에 들어올 필요 없이 손쉽게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플의 쿠퍼티노 본사에서 멀지 않은 팰러앨토 매장 앞에는 비밀번호 없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5, 6대의 PC가 설치돼 있다.

 애플은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를 컴퓨터와 연계시키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애플 직영점에서는 사진 촬영후 매킨토시 컴퓨터로 이를 옮긴 다음 온라인으로 편집하는 작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은 각종 게임이 잔뜩 깔린 매킨토시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매장 한편에서는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비디오가 끊임없이 상영된다.

 애플의 소매전략이 전체 PC시장의 5%만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의 시장점유율 확대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애플은 매출만큼이나 지역사회활동도 강조한다.

 존슨 부사장은 “직영점은 신규 구매자를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나머지 95%의 고객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귀중한 현금을 직영점 확대에 대거 투자하고 있는 애플의 전략에 대한 분석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PC데이터(pcdata.com)의 스티븐 베이커 소매판매담당 분석가는 애플 직영점을 최고급 의류를 파는 패션매장에 비유하고 애플이 컴퓨터 판매 이외에 브랜드 제고를 통한 고객층 저변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