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e북,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서 종이책과 힘겨운 격돌

[iBiztoday.com=본지특약] 전자서적 업계에서조차 두툼하고 비싼 e북 대신 가볍고 저렴한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책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frankfurt-book-fair.com)’에서 e북과 종이책이 격돌했다.

 특히 전자서적 시대가 예상만큼 빠르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e북 업체들이 틈새시장 찾기에 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자출판 업계는 “종이책은 박물관의 전시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지난해와 달리 이어지는 닷컴 불황속에서 자신감을 크게 잃은 상태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올해 국제도서전의 사빈 칼도넥 대변인은 “e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e북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어떤 타이틀과 어떤 콘텐츠가 전자서적에 적합한지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com)의 미카엘 샌드버그 유럽지역 마케팅 매니저는 “e북 기술을 활용하면 대용량 텍스트의 단어검색이나 주석달기가 가능, 시장성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샌드버그는 “MS는 e북의 부가가치가 높고 점차 인기를 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인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e북의 인기가 아무리 확산되더라도 출판사들이 무작정 종이책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운로드에 가장 적합하고 PC나 PDA를 이용하면 독서가 손쉬운 디지털도서 분야로 주류·여행·요리·학술·법률 분야 등을 꼽았다.

 샌드버그는 “현재로서는 e북이 종이책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용도가 점차 늘 것”이라며 “출판사들이 종래의 종이책을 변화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출판사들은 저작권료를 내고 확보한 텍스트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미루고 있다. 암호화 등 보안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텍스트를 디지털화할 경우 불법복제에 쉽게 노출돼 해적판 e북이 판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인기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마구잡이로 무료 복제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어 전자출판 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텍스트 다운로드가 가능한 헨드핼드 기기를 생산하는 젬스타(gemstar.com)의 홍보를 맡고 있는 니나 보겔은 현재 전자출판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e북을 읽는 장치의 가격, 타이틀의 다양화, 그리고 저작권 보호라는 문제가 e북의 향후 수요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로선 e북 타이틀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면 각각의 텍스트 소유자와 협상을 해야만 하나 이는 매우 소모적인 방법”이라며 “법률 기준이 어떻게 바뀌느냐도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도서전에 참여한 많은 업체들이 텍스트 해적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암호화 기술을 앞다퉈 선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독일 전자미디어서비스(gbraun-ems.de)의 랄프 크레이머 최고기술책임자는 의학서적의 원하는 대목만을 의사들에게 유료로 대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공짜로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며 “기술혁신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소설 등 일반적인 분야가 아닌 전문분야 서적에서 e북이 진가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