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를 탑재한 PC가 출시된 지 10여일이 지났다.
국내 PC업계에서는 그동안 윈도XP가 침체된 국내 PC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신통찮은 분위기다. 제조업체들은 제품을 일찍 공급받고 내수시장 분위기도 전환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윈도XP를 적극 채택하는 분위기지만 일선 시장에서는 윈도XP에 대한 반응이 기대한 것만큼 일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주위에서 이미 어떤 경로를 통했든지 윈도XP를 써본 사람들은 한마디로 ‘좋다’는 평가를 내린다. 속도가 빠르고 특히 윈도Me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구매과정에서 여전히 윈도XP는 별다른 파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인증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종 주변기기업체들의 드라이버 지원도 문제다. 운용체계는 좋지만 아직 국내 모든 주변기기업체들이 윈도XP용 드라이버를 완벽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아직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복사’에 대한 미련이 한몫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 한 조립PC업체 관계자는 “윈도XP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사본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불법복제는 사라져야 하지만 내 PC에조차 사본을 만들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은 윈도XP가 주는 이점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털어놨다. 아직 불법복제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윈도XP는 설치하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 설치과정에서 인증도 받아야 한다. 또 드라이버 지원도 완벽하지 않다. 윈도XP가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윈도98 시장을 대체하려면 기능 이상의 그 어떤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비단 가격인하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최대한 줄이면서도 윈도XP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생활전자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