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CDMA 로열티와 `反퀄컴`

 기술이 뒤지면 로열티 부담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하지 않은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사와 국내 업체간의 로열티 재협상이 난항 중이다. 우리는 로열티를 내려달라는 것이고 퀄컴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퀄컴사는 매년 엄청난 로열티를 우리 기업으로부터 받아 이를 바탕으로 대형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 퀄컴이 우리와 약속한 최혜대우조차 지키지 않는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해당업체들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반(反)퀄검 진영이 모뎀칩 및 무선주파수칩 등 핵심부품을 잇따라 내놓고 이를 탑재한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동안 퀄컴의 로열티를 둘러싼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 많은 데다 협상에서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던 국내 업체들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퀄컴은 국내 통신장비업체로부터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받아갔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6년간 기술 로열티로 총 7억5700만달러를 지불했고 핵심칩 구입비용으로 18억2600만달러를 건네줬다. 이런 로열티 덕분에 퀄컴은 연간 매출 32억달러에 순익 6억7000만달러를 내는 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우리 기업들은 현행 CDMA 기술료 조건인 내수 5.25%. 수출 5.75%를 기준으로 할 경우 퀄컴 측에 3억6800만달러를 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퀄컴은 우리 기업들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중국 기업들과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최혜대우 이행을 조건으로 한 우리 측의 재협상 요구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려는 자세다.

 최근 국산 휴대폰이 수출 유망품목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로열티 재협상에서 타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로열티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반도체업체들로 구성된 반퀄컴 진영은 국내 통신장비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차제적으로 부단한 기술개발과 외국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우선 로열티 협상에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퀄컴의 독점적인 지위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퀄컴에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퀄컴에 대한 우리의 로열티 부담은 더 늘고 이와 비례해 기술종속도 더 심해질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퀄컴과의 로열티 재협상이 난항을 겪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퀄컴의 약속 위반 못지않게 우리 기업들이 핵심기술개발 노력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핵심부품의 모뎀칩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단말기 한 대를 팔 때마다 로열티를 내야 하는 게 바로 우리 현실이다. 퀄컴이 기존 입장을 고수해도 이에 맞설 수단이 우리에게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CDMA 종주국’이라고 큰소리만 치고 있으니 모두 반성해야 할 일이다.

 퀄컴 측은 여전히 “CDMA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자사뿐”이라며 재협상에 변화가 없다.

 이제 우리는 장단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로열티 재협상에서 로열티를 내려 최혜대우를 받는 일이고, 다음은 투자확대와 기술개발로 핵심부품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노력만이 퀄컴의 독점적인 자세에 맞서 국익을 지켜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