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 목포대 중문과 교수
필자는 최근 통일관련 한 국책연구소의 주요 사업을 훑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연구의 기본방향은 통일정책 연구, 북한 정치·군사 연구, 북한 경제·사회 연구, 국제관계 연구, 교류협력 연구, 북한 인권문제 연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같은 연구의 방향을 보면서 북한을 교류의 마당으로 적극 이끌어낼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남북간 언어의 이질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남북한 관련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의 통일이 없는 통일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든 논의가 일방적이라면 상대방의 감성을 자극하여 남북간의 적극적인 협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의 최정후 교수는 “같은 민족끼리 언어가 다르면 안되므로 남북학자가 만나서 언어통일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1985년에 윤이상씨가 제안하여 북남 언어학자의 대화가 열리도록 돼 있었으나 남조선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 평양에서는 학자 5명을 선발하여 기대를 갖고 기다렸으나 허사였다”고 말한 것을 1998년 서울대 이현복 교수가 전언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러한 남북간 언어의 이질적 차이를 극복하도록 한글통일안을 만들어 남북간에 공동으로 실시하도록 적극적인 논의를 유도하며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은 외국이라고 표현되어서도 안되고 한국과의 다른 점만을 너무 강조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는 북한의 감성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남북한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로 끊임없이 양보하며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우리는 통독의 경험을 배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록 시각차가 너무나 큰 것이 사실이지만 한겨레라는 감성을 활용하여 공동의 논의, 공동의 더욱 나은 미래를 위한 진일보한 협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 북한관련 문화·사회·정치·관광·교통·대중문화·청소년 등 영역별로 전문 콘텐츠사업을 지원하여야 한다. 이는 IT산업 진흥책의 일환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북한네트와 통일뉴스 등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하여 북한관련 포털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남북한 관계개선의 최종목표는 통일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시급한 일 중에 하나는 통일관련 포털사이트의 확대와 지원이다. 통일에 도움이 되는, 그리고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체계적으로 증대하도록 하기 위해서 통일부나 정보통신부는 문화콘텐츠의 신설이나 확장을 지원하되 적절하게 세분하여 분야별로 북한전문 포털사이트가 생겨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넷째, 남북한 특정지역에 각기 공동IT단지와 상품전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초 일본 삿포로에서는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주요 도시(삿포로, 대전, 선양, 선전, 인도 방갈로르, 방글라데시 다카)를 IT네트워크로 연결하자는 ‘e실크로드 컨벤션’이 열린 바 있다.
남북한 역시 정보고속도로의 전면적인 논의 이전에 특정지역, 예컨대 휴전선에서 가까운 남한의 문산과 북한의 남포를 연결하는 초소속망의 건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한반도 초고속망이나 동북아초고속망의 건설이 제시되고 논의된 바가 있으니, 이 점에서 문산과 남포의 초속망 건설이 제1차적인 기초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상품전시장도 같이 상호 건설하도록 추진한다면 상징적 의미와 함께 감성적으로 상호간에 물의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남북간 통일논의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