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벤처기업이 2000만달러에 이르는 캄보디아 행정전산망사업을 수주했다는 사실은 세계 경제불황, 유가상승, 달러화 약세 등 이른바 트리플 악재와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펴는 반가운 소식이다.
IT산업의 동남아 진출 물꼬를 트게 될 이번 쾌거가 위축된 IT산업에 새로운 촉매제 역할을 하고 우리의 IT 위상을 한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후속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동남아 지역의 허브국가인 캄보디아가 처음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국내 기업이 2, 3차 행망 프로젝트를 무난히 수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동남아 국가의 행망 프로젝트 수주 및 IT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우리가 개별 기업의 프로젝트 수주를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철저하게 기획·연출하는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여타 국가에서 추진한 프로젝트의 경우 각국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기업은 이에 동참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이 밑그림을 그리는 등 모든 것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프로젝트 수주에는 정통부·외교부·재경부가 주축이 된 우리 정부의 IT외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컴퓨터통신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으로 ‘유니SQL캄보디아’라는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급류를 타기 시작했지만 이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월 훈센 총리가 방한하면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과 IT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그리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대상이 아닌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 결정 등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이뤄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업체가 외국의 행정전산망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현대정보기술과 LGEDS시스템이 각각 베네수엘라 주민카드 전산화사업과 필리핀 등기부등본 전산화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찰청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과 C4I(군 전술지휘통제 자동화)사업, 쿠웨이트의 전자정부사업, 콩고의 기간통신망사업, 말레이시아의 병원전산화사업, 일본의 전자정부사업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동남아 허브국가로서의 시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프로젝트를 수주함에 따라 낙후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들어 IT 프로젝트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프로젝트도 수주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국내 SI업체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크게 위축된 내수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주되는 남미·중동·동남아 등지로 진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동남아·중동·중국·남미 등 일부 국가로 몰리는 현상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태국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나타났듯이 국내 업체간 입찰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정부 지원전략은 물론이고 대형업체와 중소형업체간 협력체제 구축, 대형업체간 분업시스템 구축 등 IT업체의 해외 진출 전략을 재점검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