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와 마쓰시타의 이번 사업통합 합의는 정보기술(IT)의 기간 부품인 액정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일로 새삼 주목된다.
이번 합의는 우선 두 회사가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서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또 IT 중에서도 성장성이 매우 높은 분야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이번 합의에 대해 ‘양사의 결의(決意)’ ‘결단(決斷)’이라는 비장한 용어들이 수식어로 따라붙고 있다.
마쓰시타와 도시바의 사업 통합에는 액정사업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벌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사업을 아예 떼어내 경영자원을 그 곳에 모두 집중하지 않고는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두 회사의 한계성도 내포돼 있다.
액정은 도시바와 마쓰시타 모두에게 중요한 사업이다. 도시바는 지난 8월 내놓은 중장기 경영전략에서 액정 사업에 주력할 뜻을 강조했다. 실제 이 회사는 저온다결정실리콘 타입 박막트랜지스터(TFT) LCD에서 업계 최대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술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세계 선두 노트북PC 제조업체로 막대한 자체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마쓰시타도 액정TV를 장래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어서 액정이 불가결한 제품이다.
그러나 액정 사업의 환경은 IT불황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생산·판매 등에서의 업체간 제휴가 절실한 실정이다. 동시에 대만이 적극화하고 있는 저가 제품을 피해 고부가 제품으로의 이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양사는 최근 실적 악화로 연구개발이나 새로운 공장건설에 독자적으로 나설 여력이 없다. 도시바의 경우 9월까지 6개월간 1100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마쓰시타도 지난 6개월간의 적자가 68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도시바와 마쓰시타의 이번 합의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상호보완을 통해 액정을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결단으로 비춰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