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불황 심화로 일본 전자부품업계의 생산 부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무라타제작소·교세라·TDK 등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이 대규모 감산을 겨냥해 공장 가동률을 생산능력의 50∼7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IT 불황에 미 테러 사태까지 겹쳐 개인소비가 더욱 떨어져 내년 봄까지 재고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 감산의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전자부품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이 정도까지 내려간 것은 1973년의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부품업체들이 특히 감산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휴대전화용 전자부품이다.
세라믹콘덴서에서 세계 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는 무라타제작소는 공장가동률을 오일쇼크 때와 같은 70%로 내렸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 1대에 200개 정도 들어가는 이 기간부품의 수요 격감으로 최근 9개월 연속 수주액이 작년 동기 실적을 밑도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감산을 통해 재고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무라타의 경쟁사인 TDK와 다이요유덴도 조업률을 50∼60% 내렸다. 8월 시점에서 거의 풀가동 상태를 유지했던 로옴도 최근 공장가동률을 30% 정도 떨어뜨렸다.
무선으로 음성을 주고받는 데 필수적인 수정 부품도 수요가 격감, 세계 전체 물량의 70%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이 일제히 감산에 들어갔다. 대형 업체인 긴세키는 공장가동률을 70% 밑으로 떨어뜨렸다. 다이신구는 최근 일본내 이치카와 공장을 폐쇄하고 일부 생산을 중국 현지법인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주요 업체들의 감산으로 2001년 일본의 전자부품 생산액은 작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 전자업계에서는 감산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TDK와 교세라가 8000∼1만명선의 대규모 인력 삭감계획을 발표했고, 수정 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부품업체 도요통신기도 지난 6월까지 3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 600명 규모의 추가 감원계획을 내놓았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