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이상일 한국통신 통신망 연구소 통신망 기술연구팀장 silee001@kt.co.kr

앞으로 고선명 영상 전화기가 지금의 음성 전화기처럼 보편화되고, 밖에서도 집안의 홈 네트워크를 통해서 집안의 냉장고·에어컨 등과 같은 가전기기뿐 아니라 각종 음향·영상기기(AV)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상용화되면 초고속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일반 가정에서도 초당 기가비트 속도의 데이터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차세대 광대역 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통신 네트워크를 초고속화·대용량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네트워크가 차세대 네트워크(NGN)로 진화 또는 발전돼 널리 구축돼야 한다. 차세대 네트워크를 지역에 제한을 받지 않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의 기술성과 경제성이 확인돼야 하며, 네트워크 인프라 건설에 소요되는 엄청난 투자비를 가능한 한 짧은 기간 내에 회수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구체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현재 통신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통신 사업자들은 기존 통신 네트워크를 어떻게 발전시켜서 고객들의 미래 수요를 효율적으로 수용할 지에 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향후 투자의 커다란 방향은 설정돼 있으나 실행 단계에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의 중요한 원인은 첫째, 앞으로 나갈 개략적인 방향은 결정돼 있는 것 같지만 네트워크 건설에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거나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돼야 투자비를 단기간 내에 회수할 수 있는데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수익 모델이 구체화되지 않는 데 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대목은 현재 통신 사업자 수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성 통신 서비스 요금이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과 기술의 혁신에 의해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세대 네트워크 건설을 통해 추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응용 서비스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전체 수입이 감소해 방대한 차세대 네트워크 건설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상상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통신 기술과 사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도기적 환경에서는 통신기기 제조업체 주도의 네트워크 기술 및 시스템 개발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통신 사업자와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이용고객·통신 사업자·기기 제조업체 등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하나의 사례로서 통신 사업자·통신기기 제조업체·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초고속 및 새로운 응용 서비스 수요가 예상되는 특정 지역에 실제로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 마인드를 가진 선발된 고객들을 참여시키는 ‘드림 네트워크 타운’ 같은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서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이나 시스템의 기술성을 검증해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출, 차세대 네트워크 건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기반의 새로운 응용 서비스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해 고객들에게는 편리하고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해 이용을 활성화시키고, 통신 사업자들에는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같이 통신 사업자·통신기기 제조업체·연구소·고객 등이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면 차세대 네트워크 시설 및 응용 서비스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국내 IT산업의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함은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초고속 통신 분야에서 전세계로부터 성공적인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고 선진 각국으로부터 벤치 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ADSL사업의 성공 사례를 계승해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분야에서도 세계를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