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역없는 디지털경제

 디지털경제의 핵심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이는 앞으로 투명성 여부가 경제주체들의 생존을 압박하는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을 포함한 영리법인은 말할 것도 없이 비영리법인까지도 투명성 극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선진화된 기업들이 앞다퉈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각종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예가 바로 그렇다. 비영리법인의 경우는 그동안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던 회계의 투명화부터 추진하는 추세다.

 최근 약 6500개의 교회를 산하에 두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가 회계투명성 운동 차원에서 복식 회계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단식회계프로그램만 사용해 단순히 현금입출금만 기록했던 대부분의 교회들이 이제는 자산, 부채를 포함해 교회의 전반적인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비영리법인의 경우 굳이 법적으로 복식회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투명성을 확산시키겠다는 교단의 의지가 담겨 있어 의미가 있다.

 여기서 가슴 아픈 것은 이런 낭보 뒤에 씁쓸한 뒷 얘기가 들리는 것이다. 일부 교회 목사들이 복식회계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다. 사실 올해 개신교계는 목사 세습 문제와 아울러 투명한 회계처리에 대한 요구가 최대 핫 이슈였다. 이는 드러내놓고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교회관계자들은 “구조적으로 규모가 큰 교회의 경우 목사와 재정담당이 분리돼 있는 상황이어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소규모의 교회에서는 목사 독자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한다.

 만약 일부에서 종교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투명성을 갖추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디지털경제 시대에 새로운 성역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절대 성역은 없어야 한다. 차제에 통합총회의 결단을 본보기삼아 다른 비영리법인들도 회계의 투명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