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눕시스 파문

 국내 반도체업계에 시놉시스 파문이 일고 있다. 세계 반도체 경기가 바닥이어서 반도체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시놉시스가 라이선스료 인상을 골자로 한 재계약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경영난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중되는 상황이다.  시놉시스는 반도체업체에 대해 라이선스료 인상과 함께 불법복제 단속도 요구했다. 경영부담을 안게 된 관련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시놉시스는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합성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다.

 시놉시스는 이런 독점적인 지위를 무기로 국내 반도체업체와 한국과학기술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 공문을 보내 “그간 한국의 관행을 인정해 최소화한 유지보수 라이선스료를 이달 말까지 3배 인상하는 내용으로 재계약을 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시놉시스는 이에 앞서 정통부 산하 IT SoC센터에 대해 개별업체들에 대한 공용EDA 지원은 저작권 침해라며 이를 전면 중단해줄 것도 통보했다고 한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한국의 관행을 인정하던 시놉시스가 유지보수 라이선스료를 3배나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제품판매가 한계에 달하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사 이기주의적인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놉시스가 만약 이런 요구안 대로 재계약을 강행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공급선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번 시놉시스의 요구가 그대로 강행된다면 우선 라이선스료 인상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원가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반도체업체들의 경영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가뜩이나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제품가격 폭락에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어려움이 누적돼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는 시놉시스의 요구안이 나름대로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진다 해도 현실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3배나 많은 라이선스료를 부담하면 기업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간 시놉시스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던 국내 반도체기업들을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지금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 파트너십이 유지돼야 시놉시스도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시스템반도체 벤처기업들이 내놓은 시제품과 양산용 제품이 불법복제의 증거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만약 IT SoC센터가 지난 97년 ETRI 산하 ASIC지원센터로 출범하면서 모두 16억원에 달하는 시놉시스 EDA 소프트웨어를 구입했고 계약 당시 중소업체 지원용이라는 전제가 있었다면 이는 시놉시스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 만약 그런 계약 아래 지원센터가 중소업체에 지원했다면 이는 불법복제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 여건상 수억원에 호가하는 EDA툴을 개별업체가 일일이 구비하려면 업체당 적어도 2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국내 업체의 주장이다.

 우리는 이번 재계약건이 양측의 충분한 입장 개진과 함께 이견을 조율해 현실에 근거한 타결점을 찾기 바란다. 국내 업체들은 시놉시스와의 협상창구를 일원화해 타결점을 모색하고 공용툴의 사용권 확보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놉시스는 국내 기업을 동반자로 생각해 한국의 관행을 인정해줘야 한다. 시놉시스의 성장에 국내 반도체업체와 연구기관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불법복제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