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간적인 로봇의 세상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인간친화복지로봇센터 소장 

변증남 zbien@ee.kaist.ac.kr

로봇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직은 그 속도가 느린 것 같지만, 어느날 문득 우리는 온갖 로봇의 시중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생산현장의 붙박이 로봇이 아니라 사무실, 공원, 도서관과 같은 공공장소의 서비스는 물론 집안에서도 이런 저런 로봇들이 하인처럼 가사일을 돕고 때로는 친구처럼 대화와 놀이의 상대로 떠오를 것이다. 21세기 국가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과학기술로 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등이 손꼽히지만 로봇테크놀로지(RT:Robot Technology)가 향후 10년내에 우리 삶에 끼칠 영향은 더욱 지대하다.

 우리는 이런 로봇시대를 예견하고 기술, 문화적 토양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로봇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의 로봇개발프로젝트가 속속 진행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21세기 로봇세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꼭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로봇산업의 발전목표가 인류의 복지와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부터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대중들은 로봇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는 지적, 육체적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을 낳아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많은 공상과학소설과 영화는 인간성이 소멸된 암울한 미래의 상징으로 기계인간을 단골소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로봇이란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한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을 일반인들에게 퍼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는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로봇은 인류가 만들어낸 다른 발명품과 같이 사람이 조종하고 편리하게 활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가끔 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로봇이 개발됐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외신보도도 있지만 아직 앵무새처럼 단순한 사람 흉내를 내는 수준이지 자각능력을 갖춘 인간의 두뇌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최근 스필버그감독이 만든 영화 ‘인공지능’을 보면 감정을 지닌 로봇소년 데이비드가 자의식에 눈을 뜨고 로봇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다가선다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로봇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지능을 가지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아직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십년 내에 인간의 지적능력에 근접하는 로봇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을 막연히 비인간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배척하는 태도는 로봇기술이 인류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경우 세계최고수준의 로봇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중이 로봇기술의 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로봇활용도에서 오히려 후발국인 일본에 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은 동양적인 세계관 때문에 로봇을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사물로 간주했고 열린 마음으로 로봇기술을 수용했다. 로봇소년 아톰은 일본로봇산업의 뿌리이자 일본인이 가진 로봇에 대한 의식구조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필자는 노약자 및 장애자용 간호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몇년 뒤에 간호로봇이 보급된다 해도 간호사들이 직장을 잃고 노조가 데모하는 일은 없다고 확신한다.

 이는 자동차를 산다고 해서 사람이 걸어서 돌아다닐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와 마찬가지다.

 특히 개인이 사용주체인 퍼스널로봇산업의 경우 로봇기술의 발전이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갖춰져야만 제대로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휴머니즘이 넘치는 인간적인 로봇세상을 구현하려면 SF영화처럼 기계로봇을 때려부수는 것보다 로봇을 더욱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대중캠페인이라도 펼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