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벤처기업과 서울 소재 대학이 대덕연구단지 여유부지 활용을 놓고 갈등을 빚자 해당 기관들이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 하는 등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딜레마는 대덕연구단지 내 입주 우선권을 벤처기업에 줘야 하느냐, 대학 연구기관에 줘야 하느냐다.
사건의 발단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인 에이팩이 히트파이프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던 중 과학관 주차장 옆 1만1880㎡가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입주 시도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몇개월 전만 해도 이곳은 과학관 발전부지로 묶여 있어 외부기관의 입주 자체가 곤란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이 발전부지에서 해제되면서 입주심사 신청서를 낸 에이팩과 정보를 뒤늦게 인지한 고려대가 경합을 벌이며 갈등을 일으켰다.
특히 고려대가 탄탄한 학맥을 바탕으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벤처기업을 억누르려 한다는 일부 벤처업계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것. 설상 가상으로 ‘과기부 고위 공직자 개입설’과 ‘고려대가 연구단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경영대학원을 설치하려 한다’는 등의 소문까지 난무하고 있다. 확인결과 고려대는 처음부터 이곳 경영대학원 설치 계획이 없었고 지난 5월 과학관에 정보보호 및 저장, 창업보육을 목적으로 하는 리서치 파크 설립 안을 제안했다가 과학관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으며 이후 발전부지에서 해제되자 입주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벤처업계에서는 고려대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고려대가 부족한 강의실 마련을 위해 연구단지에 입주하려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리서치 파크를 설립하려면 최소한 교수 및 장비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본교가 서울이어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벤처연합회가 고려대 입주부적절과 관련된 탄원서를 과기부에 제출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결국 과학기술부 및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는 23일로 예정된 대덕연구단지 내 국립중앙과학관 여유부지 입주심의에 전례없이 입주신청서를 낸 에이팩과 고려대 측 모두를 불러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의 고육책 모색에 들어갔다.
이번 입주심사에서 떨어지면 에이팩 사장은 대덕밸리를 떠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고 고려대측은 하자 없는 입주신청인데 왜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투다. 이젠 누가 입주하더라도 감정의 골은 쉽게 삭일 수 없을 전망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