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체들에게 ‘유료화’는 지상명제나 다름없다. 자본주의시대 기업들의 영리와 이윤추구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유료화는 보다 나은 콘텐츠를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부문 유료화는 여전히 요원하고, 따라서 돈을 얻지 못한 많은 콘텐츠 업체들이 도태되고 있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자신문과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의 이번주 주제는 ‘콘텐츠의 유료화’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콘텐츠 업체들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또 필요에 따라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익창출이 쉽지 않다.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업체들은 우선 브랜드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오프라인적인 것과 함께 관계자들의 마인드 변화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온라인을 이용한 콘텐츠 제공은 결코 마구잡이식의 ‘싸구려’ 작업이 되어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콘텐츠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무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지만 돈을 내지 않아도 똑같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업체들은 어떻게든 이익을 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따라서 콘텐츠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임무도 띠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미디어 업체들의 콘텐츠 전송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32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콘텐츠를 유료화할 것인지, 혹은 어떻게 기술변화나 시장진화에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영국시장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은 콘텐츠를 만들고 전송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출판업체들의 경우 연평균 260만파운드를 들여 콘텐츠를 창조하거나 수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표1참조>
업계 관계자들은 “저널리스트들이 하나의 소재를 가공하는데 수 일이 걸린다. 우리도 하는 일의 주요 대상이 콘텐츠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가공에 가장 많은 노력을 들인다”(뉴스서비스 제공업체)거나 “데이터 창조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데이터는 고품질로 가공돼야 하고 우리가 가진 독자적인 DB포맷으로 실행된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비용은 데이터를 쓸만하도록 만드는데 들어간다(정보제공업체)”고 밝힌다.
또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들은 온라인부문 투자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7%는 어떤 형태로든 요금을 받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의 매출은 대부분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표2참조>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웹에 산재한 수많은 무료 콘텐츠들이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의사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콘텐츠 이용자들이 돈을 내려고 했다면 진작에 냈을 것이다. 이제 사용자들은 콘텐츠로부터 특별한 가치를 얻어내려 한다. 독자들에게 돈을 얻기 위해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신문사 관계자)”라거나 “콘텐츠 유료화를 희망하고 또 이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다만 10펜스라도 얻으려면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나 작은 성공만을 거둘 수 있었을 뿐이다(TV업계 종사자)”라고 콘텐츠 유료화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처럼 다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적거나 혹은 거의 없는 현상황이 콘텐츠 제공 업체들의 맥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서비스 업체들도 반성할 점이 있다. 많은 업체들이 온라인 이익을 규정하는데 있어 매우 단순하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들인 비용을 넘어서는 것만이 이득이다. 따라서 많은 업체들이 이익을 내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매출우선주의적 발상이나 “서비스가 시작되는 해부터는 이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TV업계 종사자의 말이 이같은 사고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일부에서는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또는 시장변화가 이러한 우려를 덜어주기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유료화의 기대는 WAP기술 등장에도 불구하고 무산됐고 2.5세대 무선통신에서도 콘텐츠 제공에 따른 돈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스트리밍 비디오라는, 콘텐츠를 유료화할 수 있는 호기가 다가오고 있다. 전화선을 통해 TV를 보면서 돈을 내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은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제공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 콘텐츠는 기본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업체들의 방법은 적절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콘텐츠 업체들은 회사의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대화형 기술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마케팅 부문이나 금융관련 부문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콘텐츠 자체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어온 콘텐츠 업체들은 수익을 얻는데 소홀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콘텐츠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돈을 버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대하는 사용자의 태도와 기호·필요성 등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이미 온라인 자유를 만끽한 상태이고 이를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술만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기술에 기대기에 앞서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몇가지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첫째, 콘텐츠의 가치는 기기보다 주변상황에 더 종속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콘텐츠에 접속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정보를 갖고 소비자들에게 주고 싶을 때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이용한다. 예컨대 자신이 보고 싶다면 아침에 CNN케이블을 켜고 점심 때 CNN닷컴에 접속하거나 e메일을 통해 뉴스를 받아본다.
다행스런 점은 이처럼 능동적으로 접속하는 사람들은 ‘매체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고 따라서 이 사람은 요금에 대해 비교적 덜 구애받는다.
둘째, 기술의 새로운 물결은 유료화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은 “사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면 좋겠다”는 호감을 갖는다는 점을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알아야 한다. 기기들이 돈 문제를 떠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될 때 비로소 구매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사용자는 검색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욕구가 아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동중이라 할지라도 웹에 접속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필요성이 충족되어진다면 사용자들은 구태여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 업체들에게는 미디어를 초월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인터넷 이전시대의 상황-콘텐츠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상황-이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이 역시 옳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유료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워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유료화의 가능성은 정보의 활용성과 함께 콘텐츠의 독자성이 중요시된다. 이는 콘텐츠 업체가 사용자의 소비패턴을 파악할 때 가능하다.
둘째, 사용자들은 동일한 콘텐츠에 대해 두번 지불하지는 않는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예컨대 텔레그라프 온라인에 돈을 내지 않는 이유는 타임스가 공짜라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콘텐츠에 필요한 것은 독점성이다. 현재 온라인 콘텐츠의 독점성은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사용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콘텐츠는 더욱 더 독점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인들은 크로스워드퍼즐 중독증에도 불구하고 타임크로스워드 온라인에 대해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신문들이 던져주는 재밋거리가 이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재구성 능력이다. 재구성이라는 또 하나의 창조를 통해서만 콘텐츠는 확산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 업체들에게 새로운 미디어 전략이 불가피하게 중요성을 띤다.
콘텐츠 제공에 대한 유료화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포레스터 리서치는 온라인 및 모바일 부문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미디어 업체들의 콘텐츠는 대부분 온라인이든 모바일에서든 유료화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콘텐츠 업체들은 기본적인 자원은 갖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경쟁은 물론 기존의 유료화 구조를 유지하면서 발전한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온라인에서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작업이다. 온라인 전략을 강화할 경우 콘텐츠는 새롭게 개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의 온라인경험은 보다 풍부해진다.
모바일 콘텐츠의 경우 시간과 지역 의존도가 높을수록 성공한다. 예컨대 비행기 발착시간이나 가까운 버스정류장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는 성공한다는 말이다. 온라인 사용자들의 유료화 가능성을 살핀 결과, 모바일 부문은 높은 점수를 얻었다.
매체별로는 TV방송국이나 신문·잡지사가 유료화에 있어 보다 많은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라디오 방송국은 대체서비스로서 역할을 했다. 이는 각 매체들에게 몇가지 점을 던져준다.
TV방송국들은 콘텐츠의 유료화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 있다. 이유는 독점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B스카이B의 축구부문 콘텐츠를 독점해 성공했다. 방송사들이 독점자산에 기반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B스카이B는 빠르게 움직였다. 또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얻을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쯤이었다.
잡지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 잡지사들은 풍부한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결과도 수확할 수 있다. 그러나 단가가 높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게 사실이다. 따라서 콘텐츠를 보완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협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라디오 방송국은 소비자들의 의식구조를 잘 파악해야 한다. 라디오의 유료화가 갖고 있는 난점은 콘텐츠가 무료라는 사용자들의 개념에 있다. 설사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다 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청취자들의 옥석을 가려내는 새로운 활동을 통해 라디오의 성공을 담보해낼 수 있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늘리고 소매업체와의 협력으로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는 등 소비자들의 흐름을 익히는 일이 시급하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