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실리콘밸리가 PC와 반도체 때문에 사상 최악의 매출 감소로 고통받는 가운데 기술업체들은 이달들어 매출격감과 수익감소, 심지어 대규모 적자로 나열된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11일의 테러공격이 이미 부진의 늪에 빠진 미국경제에 타격을 줬기 때문에 한 때 올가을로 예상되던 실리콘밸리 경기회복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웰스파고(wellsfargo.com)의 손성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 회복이 약 2분기 정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의 주요 견인차인 기업 수익은 지난해 봄 절정에 이른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처럼 경기냉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인력감축과 투자를 축소하는 바람에 경제가 더욱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손성원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인력감축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미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실리콘밸리 소재 181개 업체들은 1년 전에 비해 크게 악화된 경영실적을 나타냈다. 매출규모가 22%나 격감한 가운데 지난해의 34억달러 흑자가 이제 93억달러 적자로 뒤바뀐 것이다. 이는 이들 업체가 지난해 3분기에 매출 1달러당 8센트의 이익을 거둔 반면 올해는 매출 1달러당 28센트의 적자를 냈다는 뜻이다.
24일 분기 적자를 발표한 기술업체는 하드디스크 업체 맥스터(maxtor.com), 반도체 업체 LSI로직(lsilogic.com),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닷컴(amazon.com), PC 업체 컴팩컴퓨터(compaq.com), 복사기 업체 제록스(xerox.com),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스(lucent.com) 등이다.
지난주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com)가 적자를 발표한 가운데 인텔(intel.com),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com), 애플컴퓨터(apple.com) 등도 이익이 격감했다고 밝혔다. e베이(ebay.com)는 흑자를 낸 몇 안되는 업체에 속하는데 쇼핑객들이 저가 상품을 찾아 온라인 경매업체에 몰린 덕분에 이익이 2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재무조사회사인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firstcall.com)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 중 기술업체의 이익은 오는 4분기중 전국적으로 무려 58%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추세는 내년 1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년말 경기가 반등할 때까지는 순익감소 추세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위축으로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고용은 직격탄을 맞았다. 샌타클래라 카운티는 지난해 12월 이후 전체 피고용자의 2.4%인 4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http://www.edd.cahwnet.gov)에 따르면 이 중 1만7200명이 제조업 출신이며 나머지 2만7800명은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5년 동안 경기침체에 빠졌던 지난 92년초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반도체와 컴퓨터다. 반도체산업이 올해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치인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6월의 추정치보다 두배 정도 감소폭이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산업협회(semichips.org)는 수정 추정치를 다음달 7일 공개한다.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인사이트64의 네이선 브룩우드 분석가는 “반도체가 거의 몰락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컴퓨터 제조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데이터퀘스트의 찰스 스멀더스 부사장은 올해 PC 출하가 세계적으로 6% 가량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5년 공급과잉으로 PC 출하량이 2% 감소한 것보다도 심각한 수치다.
스멀더스 부사장은 PC 출하가 올 3∼4분기에 각각 12%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에도 3% 이상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관건은 경기동향”이라며 “자신감이 회복될 때까지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술업체들이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내년에는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S&P(standardpoor.com)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4분기에 최악의 침체가 닥친 뒤 내년 1분기에는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