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의 정보기술(IT) 투자가 불황과 테러, 기업 실적 부진 등 복합적인 악재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크게 위축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반등 기미를 보여 2003년에는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포레스터리서치, 메타 그룹, 파나서스 인베스트먼트 등 시장조사 업체와 투자기관의 전망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포레스터는 한계에 달한 PC 보급, 테러·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이 내년 3분기까지는 미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묶어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에는 이들의 IT 투자가 2001년 대비 2.4% 늘어나는 데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03년에는 2002년 대비 9.7%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2004년 이후에는 두자릿수 고성장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또 기업들의 IT 투자 위축으로 하드웨어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침체 국면에서도 300달러대의 초저가 컴퓨터, 고속인터넷서비스 등은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 분석가 존 매카시는 “저가 전략을 표방하고 있는 델컴퓨터와 에이서 등이 PC 시장에서 강자로 계속 살아남고 HP와 게이트웨이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메타 그룹은 내년도 미 기업의 IT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를 나타내는 최악의 침체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의 IT 투자가 올해 8117억달러로 작년보다 8% 늘지만 2002년에는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 분석가 하워드 루빈은 “모두가 침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들 모두 긴축경영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내년도의 투자 위축이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업체들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회사인 파나서스는 내년 5월까지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하반기 이후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며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제리 도드슨 사장은 “지금은 모두 지출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IT 투자가 20% 정도 감소하지만 하반기에는 15% 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메릴린치는 테러전 5% 증가로 예상했던 내년도 미국 IT 투자 성장률을 2%로 하향조정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