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플랫폼도 美퀄컴에 종속 우려

미국 퀄컴사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브루(BREW)’ 상용서비스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CDMA칩에 이어 모바일 분야에서도 퀄컴에 의한 종속화가 우려된다. 여기에 브루를 채택키로 한 KTF가 무선인터넷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그동안 국산 플랫폼을 사용해온 SK텔레콤과 자바플랫폼을 이용한 LG텔레콤도 브루 채택을 물밑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퀄컴측과 단말기 대당 1∼1.5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협상을 마무리한 KTF가 체험단을 통한 시범 서비스를 거쳐 내달 상용 서비스 준비에 나서면서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 및 단말기, 솔루션(SP), 콘텐츠(CP) 등 국내 무선인터넷 관련업계가 브루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가 브루의 등장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무선인터넷 플랫폼 특성상 향후 관련 솔루션과 콘텐츠업체들의 퀄컴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관련산업이 이른바 ‘퀄컴우산’아래 놓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브루의 등장은 특히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서비스 안정을 찾으며 세계시장을 노크해오던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GVM(신지소프트)’ ‘SKVM(XCE)’ ‘MAP(모빌탑)’ 등 국산 플랫폼들이 퀄컴이 내세우는 브루와 힘겨운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캐릭터·벨소리·m북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산업도 당장엔 브루의 출현으로 시장활성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핵심 플랫폼에 의해 구속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는 관련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브루의 등장은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은 물론 관련산업에까지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내 2위의 이동전화사업자인 KTF가 브루를 채택함에 따라 SK텔레콤-KTF-LG텔레콤 순의 구도로 형성된 이동전화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물론 퀄컴 측은 “하드웨어 기술과 브루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히고 있지만 브루가 현재는 퀄컴칩에서만 구동, 하드웨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단말기업계도 브루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브루를 단순히 또하나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간주, 시장 논리에 맡기기에는 퀄컴이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고 전제, “특히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컴퓨터의 ‘윈도’ 못지 않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관련산업 육성을 위한 치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솔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퀄컴은 CDMA종주국인 우리나라에 힘입어 엄청난 부를 창출한 만큼 이제는 퀄컴도 한국 업체들과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