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특약=iBiztoday.com】 스위스에 정확한 시계가, 이탈리아에 훌륭한 미술작품이 있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많다.
올해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 실리콘밸리) 대학 교수 2명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해 캘리포니아주에 2개 노벨상이 추가됐다.
노벨상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오랜 역사에 빛을 더해가면서 과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영예를 부여하는 속칭 ‘학계의 월드 시리즈’가 바로 노벨상이다.
지난 한세기 동안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캘리포니아주에 노벨상 수상자가 몰려있다.
캘리포니아주 노벨상 수상자중에는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모두 103명에 이른다. 노벨상이 경제학·문학·평화 등 여러 분야에서 시상되지만 캘리포니아주 노벨상 수상자들은 주로 물리학·화학·의학분야 출신이다.
캘리포니아주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는 사실은 캘리포니아주 대학이 최고의 교수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다시 많은 학생들과 유능한 연구원들을 유인한다. 따라서 완전히 새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자들도 훌륭한 학자들이 몰려 있는 캘리포니아주로 몰려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노벨상 수상자를 유독 많이 배출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흔한 캘리포니아 치즈 때문도 아니고 공립학교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 학생의 8학년 수학 및 과학 수준은 지난 99년 불가리아·라트비아·뉴질랜드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고등학생의 학업 점수는 전국 평균보다도 낮다.
이유 중 하나는 주내에 최고의 대학들이 많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따뜻하고 맑은 날씨도 또 하나의 이유다. 시카고나 보스턴 같은 추운 곳에 사는 유능한 엔지니어와 과학자·경제학자들은 날씨가 좋은 곳에서 더 나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캘리포니아주로 몰려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에 직면하는 지적 분위기다. 금광에 대한 골드 러시처럼 캘리포니아주에 충만한 도전 정신은 전세계 혁신가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인다. 더구나 캘리포니아주 대학들은 다른 지역 대학과 달리 능력주의가 정착돼 주말을 실험실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에게는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어김없이 주어진다.
최근 노벨 물리학상 최종수상후보 심사위원인 스탠퍼드 대학 학습연구소의 스티그 해그스톰 실장은 “캘리포니아는 미지세계의 탐험이나 정글속 들어가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용기있게 인정하기 등 리더십 면에서 특별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탠퍼드대 교수들은 브라스 밴드처럼 제각기 연구하고 있지만 이들은 원한다면 발을 맞춰 행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창조성이란 바로 그런 곳에서 꽃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각자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스탠퍼드 대학”이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의 과거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그의 이같은 지적을 이해할 수 있다.
UC샌프란시스코의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가히 우상 파괴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한가지 가설을 수년간 연구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이겨내며 이 가설 연구에 매달린 결과 “프리온이라는 입자가 감염성이 있어 신경병을 일으킨다”는 이론을 제시해 지난 97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DNA 연구에 활용되는 폴리메라제 연쇄반응을 발명, 9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케리 멀리스는 북캘리포니아의 시골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60년대 말 버클리로 진학, 생화학을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 약물환각 분야도 연구했다.
그는 98년 머큐리뉴스(mercurycenter.com)와의 인터뷰에서 “버클리대를 다닐 때 매주 LSD를 복용했다”며 “당시 사람들은 환락을 찾아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먹고 온종일 미래 등 고상한 주제를 놓고 생각에 빠지곤 했다”고 회상했다.
메릴랜드주 미 물리학연구소(aip.org)의 벤 스타인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캘리포니아주 대학제도의 경쟁력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내 상당수 대학이 세계 최고의 명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노벨상을 받을 만한 유능한 학자들은 캘리포니아주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같은 인식도 노벨상 수상자가 캘리포니아주에 많은 이유가 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