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특약=iBiztoday.com】 첨단기술 투자은행 업계를 휩쓴 감원의 아픔을 딛고 최근 소형 투자은행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에 세워지고 있다.
소규모 투자은행 설립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뱅크오프아메리카(bankofamerica.com),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com), JP모건체이스(jpmorganchase.com), 모건스탠리딘위터(morganstanley.com), 메릴린치(ml.com) 등 실리콘밸리의 유수한 대형 투자은행에서 퇴출당한 직원들이다.
자의반 타의반 대형 투자은행을 떠난 이들 금융계 난민은 인텔(intel.com), 애플(apple.com) 등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벤처 신화를 탄생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쌈짓돈을 털어 소규모 투자은행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난민형’ 은행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형 투자은행이 꺼리고 있는 1000만∼3000만달러 규모의 기업합병이나 주식공모(IPO) 등 뱅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규모 기술업체를 상대로 한 틈새 금융시장을 노려볼 만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메릴린치와 몽고메리증권(montres.com) 조사이사 출신으로 지난 3월 소형 투자은행을 세운 마이클 모는 “한달에 2건만 유치해도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 은행은 이미 미니애폴리스의 크레이그핼럼캐피털(http://mbbnet.umn.edu/company_folder/c-h.html)이라는 투자은행과 합병을 단행했다.
이들은 지난 9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 첨단기술 투자은행계를 장악했던 ‘함브레히트앤드퀘스트(iword.com), 몽고메리 증권, 알렉스브라운(alexbrown.db.com), 로버트슨스티븐스(robertsonstephens.com) 등 이른바 투자은행 ‘4인방’이 90년대 말 대형 은행들에 흡수된 상황이라며 이제 새로운 형태의 소형 투자은행, 즉 ‘금융 부티크’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향후 수년에 걸쳐 소규모 첨단기술 업체들의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부티크를 필요로 하게 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지지세력으로 두고 있다.
인티그럴캐피털파트너스(integralcapital.com)의 로저 맥나미 파트너는 “부티크형의 새로운 투자은행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경제 침체가 심각한 현재와 같은 때에는 탁월한 자문을 비롯한 뱅킹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 첨단 기술업체들은 광범위한 자금줄이 필요하나 대형 투자은행들은 원가 구조상 대기업만 상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투자은행 4인방의 성공을 재현해보겠다며 소자본 은행가들이 앞다퉈 부티크 설립에 나선 것이다.
톰슨파이낸셜 증권(tfsd.com)에 따르면 지난 9월의 경우 75년 이래 처음으로 단 한건의 IPO도 성사되지 않았다. IPO 투자자들을 모집해준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투자은행의 주수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규모를 떠나 기업합병, 자사주 매입에 관한 자문, 기업채권 발행 등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게 마련이다.
로버트슨스티븐스의 공동 창업자로 현재는 기업 인수 전문업체의 파트너로 있는 샌포드로버트슨은 “부티크들로서는 현 여건이 지난 69년 로버트슨스티븐스가 탄생되던 때보다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로버트슨과 동시대를 살았던 몽고메리증권의 토마스와이젤(tweisel.com) 창업자와 함브레히트앤드퀘스트의 윌리엄 함브레히트 공동창업자는 최근 일을 맡은 신생업체들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부티크는 고유의 노하우 확립이 가능한 매우 구체적인 시장에 초점을 맞춰 소규모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러트버그(rutbergco.com)라는 은행을 설립한 브라이언 러트버그는 사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위해 5, 6명의 연구원을 채용해 1000여개사를 조사했다.
비교적 잡일에 속하는 이 같은 업무는 대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소형 부티크들이 담당했지만 러트버그는 틈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러트버그는 “사모시장은 아직 제도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