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무선인터넷 기술종속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칩에 이어 무선인터넷 분야까지 퀄컴에 종속될 것 같아 걱정이다.

 CDMA 원천기술 사용 대가로 통신장비업체들이 수억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형편에 이번에는 통신서비스업체들이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를 도입키로 하는 등 퀄컴 기술을 사용키로 했다는 보도다. 자칫하면 국내 통신 시장이 퀄컴에 종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 주도로 개발 중인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보편화와 상품화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데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국산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브루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통신서비스업체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또 기존 버추얼머신(VM) 플랫폼과는 달리 휴대폰에 탑재된 칩에서 바로 실행되기 때문에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빨라 사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게임·캐릭터·벨소리·m북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브루 도입이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세계 시장을 노크해온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KTF에 이어 그동안 국산 플랫폼을 사용해온 SK텔레콤과 자바 플랫폼을 이용해오던 LG텔레콤 등이 브루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련 솔루션과 콘텐츠업체들이 퀄컴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하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외화 유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해 총 2억3000여만달러를 퀄컴에 지불한 우리나라는 현행 로열티를 기준으로 할 때 금년에는 3억6800만달러, 내년에는 3억28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지난 9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이 지불한 CDMA 로열티는 선급기술료를 포함해 총 7억5785만달러에 이를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단말기 대당 1∼1.5달러를 지불하는 브루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그리 큰 부담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유선인터넷 사용자보다 적고 매출도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내 무선인터넷 가입자가 연말에는 1700만명을 넘어서고 2002년 말에는 2200만명, 2003년 말에는 2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음성 기반의 이동전화 가입자와 맞먹는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추산이 맞아떨어지면 엄청난 달러가 로열티라는 명목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브루를 또 하나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간주하지 않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퀄컴의 비중이 그만큼 크고 무선인터넷 분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퀄컴 측은 하드웨어 기술과 브루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퀄컴 칩에서만 구동되는 브루가 단말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술 종속이 우려되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콘텐츠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선택이 관건이나 자칫 컴퓨터의 윈도에 버금갈 정도로 엄청난 성장잠재력을 가진 우리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시장을 송두리째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정통부 주도 아래 관련 업체들이 총망라돼 추진 중인 무선인터넷 미들웨어 플랫폼 표준화에 박차를 가해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 브루 도입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