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산업 지원정책 유감

◆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kvca05@hananet.net)

 

 “벤처기업에서 조성된 자금이 야(野)로 흘러 들어갔다.” “여(與)로 흘러 들어간 증거가 있다.”

 정치권에서의 공방이 벤처산업 종사자들을 심란하게 만든다.

 시중에서는 이를 놓고 대기업에서의 정치자금조성이 쉽지 않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벤처기업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믿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가 자꾸 흘러나오니 민망하고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참으로 집중력을 가지고 현 정부가 벤처산업을 지원한 것이 엊그제인데 그리고 그 성과도 자못 큰 것으로 평가되는데 어느새 이렇게 부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벤처산업지원이 시장존중에서 직접적 개입으로 바뀌고 있는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세제와 간접적 자금지원을 위주로 한 벤처정책이, 경기가 위축되고 성장세가 둔화되자 정부가 직접나서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자금을 도와주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고 그래서 여러가지 말들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벤처기업 이익공유제(투자 금액손실 보전제도)’를 들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벤처기업 투자자들이 투자기업 도산시 투자금액의 50%까지 손실보전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했다. 기술신보에서 직접 대상기업을 발굴·평가한 후 벤처투자자와 연계하고 이 과정에서 투자원금의 일부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투자할 것이고 투자는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투자는 보증이나 융자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다른 기능이 있다. 투자는 자신의 책임아래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최고의 수익을 좇아 가장 혁신적인 부분에 자금이 흘러들게 한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자금 배분이 이뤄지게 하고 이것이 산업구조 개선의 순기능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금 손실보전을 해주는 이 제도는 벤처투자 기능과 개념을 무력화시킨다.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을 왜곡시키고 편법을 야기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편법에는 늘 도덕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로크업제도’도 정부가 직접 가격에 개입하는 모습을 띤다.

 로크업제도의 본질은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주요 출자자들에게 주가보호의 의무를 지워서 기업의 주가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공모가격 결정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 그리고 대주주 등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워야 효과가 있고 시장에서 효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로크업제도는 기관별로 차별적으로 규제가 주어져 있어 가격 왜곡의 빌미를 제공한다. 작전세력의 활동을 조장할 수도 있다. 또 지금과 달리 코스닥시장이 과열되면 그때는 강제매각규정을 두지 않으란 보장이 없다. 이래서는 코스닥시장이 바람 잘 날이 없게 된다.

 정부 부처간 경쟁적이고도 직접적인 벤처산업 챙기기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유사한 정책의 중복, 부처를 중심으로 한 수혜대상의 카르텔화가 공정한 시장의 형성을 어렵게 한다.

 사실상 정부가 직접펀드를 구성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사 투자기관의 설립도 경쟁적이다. 이런 자금들은 코스트개념이 덜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능과 민간을 위축시킨다. 정부의 수혜대상이 되기 위해 합리적이지 않은 수단을 동원하게 만든다.

 문제는 벤처기업을 법과 기준으로 양산하게 되는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에 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안에 몇 개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낸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으니 벤처기업의 수가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를 못하고 직접 나서서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정책이 자꾸 나오게 되는 것이다.

 벤처기업 프라이머리CBO 발행도 그렇다.

 벤처기업의 수를 자꾸 늘려만 가야 하니 정부가 어떻게든 직접 나서서 도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게 되어 있다. 냄새가 나니 하늘에는 독수리가 맴돌고 지상에는 벌레가 들끊을 수밖에 없고 이를 둘러싼 말들이 벤처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시장을 존중하고 시장에서 투자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세제와 간접지원을 위주로 하는 정통적 벤처산업정책을 다시한번 강조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