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업계 `헐뜯기 경쟁`

 “최근 발표된 모 업체의 연구성과는 제가 몇년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고 획기적인 연구가 아닙니다.”

 바이오벤처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한마디로 타사 헐뜯기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성과가 발표될 때마다 경쟁 바이오업체들은 기사내용이나 성과물에 대한 불신은 물론, 특정 벤처업체와 그 업체의 대표자를 모함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발표가 나가기 무섭게 바이오업계 사람들은 발표내용의 허점을 찾는데 급급하고 순식간에 그 내용은 모든 바이오업계에 전파된다.

 공식적인 연구성과 발표물에 대한 모함뿐만 아니라 바이오업계에는 인물에 대한 헐뜯기도 만연돼 있다.

 A사의 연구소장인 K박사는 성격이 괴팍해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말에서 B사의 사장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개인적 성향을 부각하는 모함이 주를 이룬다.

 모함의 대상이 된 기업이나 개인들은 호시탐탐 다른 업체들이 신문이나 방송에 연구내용을 발표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즉각적인 반응을 하면서 헐뜯기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모 바이오업체의 대표자는 요즘 바이오업계의 헐뜯기 실상을 이렇게 말한다. 

 “무슨 발표만 하면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소위 왕따를 당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중요한 성과물이 나오더라도 그냥 업체 내부에서 자축하는 데 그치곤 합니다.”

 이렇게 바이오업계의 경쟁사 헐뜯기가 만연한 것은 바이오업체의 태생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바이오벤처업체가 대학의 생물학·생화학·의학·유전공학 연구소에서 설립돼 자신의 연구분야 외에는 배타적인 성격이 있다. 특히 바이오벤처들이 아직 대학내 연구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학파에 연연해하는 것이다.

 최근 타사 이미지 깎아내리기 현상은 벤처투자 감소로 업체간 자금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모함경쟁으로 인해 국내 바이오업계는 좁은 시장에서 서로 이미지를 실추시켜 기업의 신뢰성만 상실하고 있다.

 좁은 시장에서 서로 헐뜯으며 모함을 퍼뜨리기보다는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협력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다.

 <과학기술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